의약분업 이후 전국 약국에 500억원어치의 약품이 재고로 쌓여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폐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12월 전국 각 지역의 1088개 약국(무작위 추출)을 대상으로 지난해 9∼11월 동네 병의원의 처방전에 전혀 사용되지 않은 개봉 의약품 재고 현황을 조사한 결과 31억원어치(약국당 평균 286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전국 총 1만8000개 약국에 500여억원어치의 재고약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재고약품은 제약회사가 500정, 1000정 단위로 포장해 출고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처방을 예상해 일단 개봉했으나 동네 병의원의 처방전 목록에 오르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
약사회 관계자는 “이 가운데 60%가량은 제약회사와의 직거래가 아닌 유통회사를 통해 구입한 것이라 원칙적으로 반품이 불가능하고 반품된 약도 폐기돼 국가적인 손실이 크다”면서 “지역별 의사회가 조속히 처방약품 목록을 확정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 제약회사가 수급 조절을 무시하고 약국에 엄청난 약품을 공급한 결과”라며 제약사에 대해 자체 수급 조절을 촉구했다.
전국 230개 시·군·구 의사회 가운데 처방약품 목록을 해당 약사회에 제공한 곳은 현재 87곳이며 이 가운데 약사회와 협의를 거쳐 확정 고시된 지역은 53곳(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