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교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와 프랑스어 중 어느 언어를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불문과를 나온 선배로부터 프랑스인들의 관용에 대한 얘기를 들은 후 그 정신이 너무 멋있다는 생각에 프랑스어를 택했다.
‘톨레랑스(tolerance)!’ 나를 매료시켰던 이 단어는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프랑스인들의 국민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관용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아 저사람들은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려는 ‘쿨’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가(물론 최근 개고기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브리지트 바르도의 아집과 편견엔 씁쓸한 입맛을 감출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나 세계관 등 큰 범주부터 옷차림 말투 식습관에 이르는 사소한 부분까지 자기 것이 옳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선을 긋고 사는지…. 심지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고 자기 생각만 강요한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불교신도인 사람에게 교회 다닐 것을 맹렬히 강요하는 사람, 회식자리에서 술 못 먹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는 사람, 독신을 택한 여성을 가만 놔두지 않는 말들. 나의 경우에도 조직 속에서 일하며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관용의 부족이었던 것 같다.
남들 퇴근하는 저녁시간에 가장 바쁘게 일하는 나로서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늘 아쉽다. 그래서 내가 찾는 곳은 인터넷공간. 연예인이 아닌 나에게도 1년여 전 ‘팬클럽 카페’라는 넷 상의 작은 공간이 생겼다. 얼굴도 모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이 곳에서 몇 번씩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간다. 그런 가상공간에도 관용이라는 마음가짐은 필수적이다.
우리끼리 속삭이듯 한없이 사적인 얘기를 주고받는 공간이지만 가끔 나와 동종업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을 살짝 비교해 비꼬거나 헐뜯는 듯한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럴 때 한 네티즌회원이 바로 반격을 가한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을 상처주고 비교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사람은 각기 나름의 가치관과 사는 기준이 있고, 사는 방식도 다르다. 그걸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그것이 나와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 정답은 없으니까.
남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것, 그런 마음가짐과 정신이 먼저 밑바탕에 깔려야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상의 기초질서 지키기에서도 진정한 페어플레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월드컵 경기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올해 더더욱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진정한 페어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새해에 가장 필요한 태도는 ‘유연한 마음가짐’이고, 그것을 다잡기에는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한우경(프리랜서 MC·KBS 기상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