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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농주/중고교에 진로지도교사 둬야

입력 | 2002-01-07 18:32:00


“K군, 자네 대학 전공선택은 무슨 분야로 할건가?”

“그야 수능점수가 나와 봐야 알지요.”

수능점수가 발표되면 바로 대학 정시모집이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해서 대입 수험생들은 자기가 전공할 분야를 제대로 탐색하지도 못한 채 고3까지 달려온 게 지금까지의 대입 시스템이었다. K군은 그래서 이런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2005년 수능개편안이 최근 발표됐다. 이 개편안을 보면 수험생들의 과목편식 우려 등 문제점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진로를 먼저 선택할 수 있게 해준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엿보인다.

이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먼저 선택한 후 수능을 보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 개인이 평생 동안 추구할 진로를 택한 다음 그 방향에 맞춰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코스라고 생각한다.

이 개편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먼저 중고교에서 진로 지도 전문 교사제를 실시해야 한다. 중고교에서는 현재 학생 개인별 진로탐색은 멀리한 채 오직 과목별 점수 올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자기가 어떤 존재이며, 약점과 강점, 기회와 리스크에 어떻게 노출돼 있는 가를 알지 못한 채 수능점수만을 위해 달려온 형국이었다. 2005년도의 수능개편안이 발표된 지금도 중고교 교실의 분위기는 그대로다.

그러나 2005년도에 수능을 볼 수험생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직업진로를 탐색한 다음 고 1때 정도에는 진로를 결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제는 진로 선택이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도 전문적으로 양성된 진로 컨설팅교사는 태부족인 실정이다. 지금부터 3년이 남았으니까 준비를 해서 한다면 흡족하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둘째, 앞으로는 진로를 정하는 데 있어서 전공을 선택하는 일은 직업을 선택하는 일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학부모들이 강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의 공부하는 방향과 미래의 일을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제대로 들여다보면 공부하는 방향과 일은 한 길로 통한다. 그리고 지식기반 사회가 되면서 일터에서 최종학교를 졸업한 인적 자원들의 최초 전공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중 32.7%가 자기가 전공한 분야와는 다른 분야에서 최초의 일을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비율이 감소할 것이다. 그만큼 직업이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김농주(연세대 취업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