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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보배는]'교육과 사람' 최우정 사장 육아 노하우

입력 | 2002-01-08 15:48:00


올해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이 되는 상원이와 치원이 아빠 최우정씨(36). 최씨는 인터넷 교육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개발 업체 ㈜교육과 사람의 대표이사다.

회사를 차리기 전에는 물리 강의로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강사였고 지금도 “우리 아이 공부 어떻게…”하고 물어오는 학부모들에게 과외 효과 100% 보기 비법을 제시해주는 ‘몸값’ 비싼 진학 컨설턴트다.

그러나 상원이와 치원이는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서울 강남에 살면서도 과외는커녕 학습지 하나 받아본 적이 없다. 집에서 아버지가 직접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애들은 과외 못하게 하면서 남들 보고 과외 받으라고 하면 사기 아니냐”고 물었더니 “초등학생 때부터 애 잡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상원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동생과 1년간 유치원에 다니며 한글을 깨친 게 선행학습의 전부다. 부모들이 “너무 어렵다”며 혀를 내두르는 학교 숙제도 혼자 해결한다.

최 사장은 아이들을 ‘놓아’ 기르되 두 가지는 챙긴다.

하나는 교육방송의 비디오 프로그램을 엄선해 보여주는 것이다.

아버지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집을 비우는 동안 상원이 형제는 대부분의 시간을 비디오를 보거나 퍼즐맞추기 알까기 등을 하며 보낸다. (상원이 엄마는 치원이가 백일 무렵 세상을 떠났다. 상원이네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강남구 삼성동 현대타워 아파트에서 산다)

또 위인전 1권을 읽고 매주 일요일 오전 ‘3부자 독서 토론회’를 갖는다.

남미를 스페인에서 독립시킨 볼리바르 이야기를 읽은 후에는 “20번이나 혁명에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독립은 소중한 것인가”(상원) “독립운동하는 동안 여자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왜 결혼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치원)는 의견이 나왔다.

살수대첩의 주인공 을지문덕 장군에 대한 독후감으로는 “수십만명이 빠져 죽을 만큼 강폭이 넓었을지 의문이다”(상원) “‘수’라는 나라가 정말 있었나”(치원)는 의문이 제기돼 사회과부도와 백과사전을 뒤적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책읽는 습관만 심어주면 공부는 스스로 필요를 느낄 때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공짜로 무엇을 주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배우겠다고 나설 때까지 기다려 주려고 해요.”

지난 여름 상원이는 학원 얘기를 처음 꺼냈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현주(상원이가 짝사랑했던 여자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혼내주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댔다.

최 사장은 체격이 작은 상원이가 맞고 다니는 게 마음 아파 당장 허락하고 싶었지만 “한번 시작하면 3년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상원이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그 후 현주가 옥수동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태권도 학원 등록건은 일단 보류됐다.

과외를 시키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최 사장은 요즘 많이 흔들린다고 털어놓았다.

교내 수학경시대회가 열리면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상원이가 최근에는 장려상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학교가 끝난 후 과외 학원을 전전하는 또래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눈치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해봤지만 결국 상원이에게 맡겨두기로 했어요. 살다보면 이보다 더 힘든 일도 많지 않겠습니까.”

최 사장은 상원이가 4학년이 되면 수영 피아노 등 예체능 과외는 받도록 할 생각이다. 과외비의 절반은 상원이가 부담한다는 조건이다. 상원이는 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통해 3만5000원어치의 스티커를 모아두었다. 할아버지 재떨이 비우기 50원, 할머니 어깨 주물러 드리기 500원 해서 푼푼이 벌어둔 ‘유가증권’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 최사장의 육아 노하우 다섯가지

①아이가 벽을 바라보도록 책상을 배치하지 않는다〓대부분 공부방 책상은 ‘딴생각’이 들지 않도록 벽에 붙여 세상과 등지도록 놓는다. 이런 책상에서는 10분을 견디기 힘들다. 책상에 앉는 것이 힘들면 실제 공부량과는 상관 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쉽다. 공부가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벽을 등지게 책상을 놓는다.

②친구 같은 아빠가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엄하게〓육아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전인 교육을 강조하다 중학생이 돼 갑자기 성적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당황하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③아이들 옷은 한꺼번에 많이 산다〓여름엔 겨울옷, 겨울엔 여름옷을 사면 싸게 살 수 있다. 1년에 3, 4번 아웃렛에 들러 싸다 싶으면 5, 6년 후에 입을 것까지 50∼100벌을 한꺼번에 산다. 그만큼 가격 흥정이 쉽다.

④둘째도 새옷을 사준다〓형이 입던 옷만 물려받아 입는 아이는 부모가 형보다 자기를 덜 사랑하며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⑤아이가 원할 때까지 기다린다〓속 터지는 일이지만 아이가 필요를 느낄 때까지 기다려준다. 자발적인 동기는 최고의 인센티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