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주식시장에 들여놓은 돈을 뜻하는 고객예탁금이 올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해 18개월 만에 11조원대를 돌파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나아지면서 시중의 돈이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8일 현재 증시의 고객예탁금은 11조4785억원. 이는 증시가 침체기이던 2000년 12월29일의 6조569억원에 비해 89% 증가한 액수이자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고지를 향해 달리던 99년 9월의 12조6400억원에 가까이 다가선 수치.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12월28일 9조4429억원이었으나 올들어 꾸준히 증가해 3일 10조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7일 11조2106억원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경우는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 등에게 주식을 팔고 그 대금이 계좌에 들어왔을 때와 △증시 밖에 있던 돈을 들여왔을 때다.
현대증권 황정현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27일 이후 4일까지 개인투자자가 1조원대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 등을 감안하면 새로 유입된 돈은 7일까지 7700억원 정도”라며 “금리가 낮고 주가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여 예탁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증권 임정석 연구원도 “당분간 예탁금 규모가 10조원대 이상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김정환 과장은 “예탁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 여력은 상당히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는 이 같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9일에도 2556억여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7일 이후 3일 동안 4856억여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저가주나 실적이 우량한 중소형주, 블루칩보다 가격이 싼 우량주인 옐로칩 등을 눈여겨보라고 주문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