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방영된 드라마 ‘은실이’. 내용은 가물가물해도 “영숙쓰이이∼”를 외치던 ‘빨간양말’은 대번 떠오른다. 10일 마지막회가 방영되는 드라마 ‘피아노’가 약25%의 높은 시청률을 보인 것도 빛나는 조연 조인성(21)과 고수(24)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칠맛 나는 조연의 인기는 주연배우 못지않다.
백화점에서도 조연상품이 뜬다. 주력상품을 빛내기 위한 코디용이나 제품라인을 갖추기 위한 구색용 상품이 인기를 누리면서 매출에 한 몫을 하는 것.
의류매장은 주종목인 옷에 어울리는 코디용으로 핸드백 스카프 등 소품을 1, 2품목씩 판매해왔다. 옷에 맞춰입기 편하고 디자인이 독특해 패션리더들이 소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연’의 비중이 높아졌다.
스니커즈
캐주얼 의류브랜드 ‘A6’와 ‘바닐라B’의 신세계백화점 매장에서는 가방 장갑 신발 양말 등 소품이 각각 전체 매출의 약35%와 25%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 의류브랜드인 ‘어바우트’ ‘솔리드옴므’ 등도 서류가방 머플러 구두 등을 진열대의 ‘좋은 자리’에 배치했다.
넥타이 머플러 등 섬유 잡화를 위주로 판매하던 ‘발렌타인’은 5년 전부터 핸드백 구두 등 가죽잡화상품을 생산했다.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초기에는 섬유잡화와 피혁잡화의 비중이 9:1이었으나 현재는 4:6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정장 가죽구두가 주력인 제화매장에서도 캐주얼신발인 스니커즈화가 새로운 주연으로 뜨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의 소다 탠디 조이 미소페 매장은 스니커즈화의 매출비중을 5% 정도로 예상했으나 최근 10∼15%까지 비중이 커졌다.
화장품매장에서도 영양크림 색조화장품 등 전통적인 주요품목 외에 주변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크리니크는 헤어제품이 최근 매출의 20∼30%를 차지하고, 비오템도 스포츠용 바디제품 매출이 30%에 이른다.
오휘 리스트럭처링 크림
LG생활건강의 백화점 브랜드 ‘오휘’의 리스트럭처링크림도 당초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 외국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고가제품으로 백화점을 공략하자 LG생활건강은 백화점 제품군을 맞추려고 고가의 노화방지크림인 오휘 리스트럭처링크림(25만원)을 내놓았다. 개발 당시 월 3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월 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의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남성용·여성용으로 나뉘는 제품에서도 주연 조연의 구별은 모호해지는 추세다. 크리니크 비오템 헤라 등 여성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최근 ‘비오템옴므’ ‘헤라포맨’ ‘크리니크 스킨서플라이스포맨’ 등 남성용 화장품이 인기다. 속옷 업체 비비안의 여성용 트렁크팬티는 2000년까지만 해도 구색용 아이디어 상품이었으나 지난해 가을부터 재생산 주문을 넣을 정도로 주요 제품이 됐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