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의 ‘성공 신화(神話)’를 이룬 서두칠(徐斗七·63·사진) 전 한국전기초자 사장이 동원그룹 계열 이스텔 시스템즈(옛 성미전자) 사장에 내정됐다.
서 사장은 8일 무역협회에서의 강연을 끝낸 뒤 평소 그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던 무협 회장인 김재철(金在哲) 동원그룹 회장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즉석에서 수락했다.
김 회장은 서 사장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길테니 당신 스타일로 회사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며 이스텔 시스템즈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제의했다는 것.
서 사장은 9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새 회사에서도 모든 정보를 공개해 직원들과 함께 가는 ‘오픈 북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스텔이 어려워진 것은 전체 통신시장이 안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시장만 바라본 이유도 적지 않다”며 “앞으로는 세계시장 개척에 주력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스텔 시스템즈는 80년 성미전자로 출범해 지난해 사명을 바꾼 대표적인 통신장비회사. 창립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400억원대의 적자(추정)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 사장은 적자에서 헤매던 한국전기초자 사장에 취임한 첫해인 97년에 바로 592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경영정상화에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전기초자에서 물러난 직후 이 회사의 주가가 폭락함으로써 ‘CEO 주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가 이스텔 시스템즈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또 한번 발휘, ‘제2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