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사두아 해변
여름이면 겨울을 만나고 싶고 겨울이면 여름을 만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터. 한 겨울에 만나는 완벽한 여름. 생각만해도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어디에서 한여름을 만날까. 인도네시아의 섬 발리는 어떨까.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수 많은 섬 가운데서도 토속의 문화가 삶속에 살아 숨쉬는 ‘신비의 섬’.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제물’이라는 뜻의 그 이름에서 그 신비스러움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이름이 그대로라면 섬 자체가 발리인이 숙명으로 믿고 있는 힌두교의 수많은 신(神)에게 바치는 선물인 셈이다.
그러니 발리에서는 이방인에게까지 아무러이 드러나 있는 회화나 조각, 어디서고 볼 수 있는 그네들의 춤 하나도 허투루 보아서는 안된다. 신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발리사람들에게는 이 모두가 일상을 함께 하는 다양한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바친 선물이자 신과 소통하기 위한 특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방인의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의상. 찬란한 금색과 오렌지색 붉은 색으로 수놓은 전통의상은 화려함의 극치다.
대개는 인도네시아를 회교국가로만 알고 있다. 16세기이후 주민 대다수가 회교로 개종해 회교국가임에는 분명하나 발리섬만큼은 여전히 힌두교를 신봉하고 있다. 힌두교 축제 때 가보면 무척이나 다채로운 힌두교 행사가 연일 펼쳐지는 인도네시아의 힌두교 중심지가 바로 발리다.
‘신의 땅’ 발리에서 인간이 화려함으로 그 극으로 치닫을 때 자연은 마치 그것을 상쇄시키려는 듯 지극한 소박함으로 일관한다. 자연의 이치란 이렇듯 오묘하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투명에 가깝도록 파란 쪽빛의 바다. 그런 태고적 자연풍경속 초특급 리조트에서 맛보는 달콤한 휴식, 한겨울에 움츠려든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도 남는다.
발리섬의 민속춤
가슴이 확트이는 드넓은 해변을 산책하면서, 아직도 살아 숨쉬는 거대한 화산과 그 아래 호수, 계곡을 타고 오르는 계단처럼 잘 정리된 논의 기하학적 구도, 원숭이가 노니는 레인포리스트와 대나무 울창한 숲 등등…. 자동차에 앉아 차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이런 풍경을 주마간산격 ‘겉핥기 식’ 눈요기만으로도 탄성은 절로 나온다. 거기에 자연의 싱그러움이 듬뿍 담긴 열대과일을 입안 가득 베어 물고 상큼한 공기를 호흡한다면, 글쎄 여기가 천국 아닐까.
◇둘러 볼 곳 △울루와투 사원〓해발 75m 절벽 위의 힌두사원. 반바지 차림으로는 입장불가, 전통의상인 ‘사롱’을 빌려 입어야 한다. 귀걸이 안경 목걸이 등은 가방에 넣고 들어간다. 원숭이들이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 △타나 롯〓썰물에만 드러나는 바닷속에 감춰진 멋진 육지. 울루와투 사원에서 내려다 보면 달걀프라이를 연상케 한다. 석양 무렵 호텔의 야외카페에 앉아 애프터눈 티(홍차)를 들면서 노을을 감상하는 포인트. 영화 ‘에마누엘 부인’에도 한 장면 들어가 있다. △쿠타〓서울의 이태원 같은 이국적인 거리.해안가에 시푸드(seafood)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쿠타에서 한 블록 뒤에 다운타운이 있다. △바롱댄스〓신을 위로하기 위해 추는 이 춤은 무아지경의 율동. 동물 형상을 한 채 물흐르둣 유연한 몸동작으로 신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화려한 조명효과나 특별한 무대장치는 없어도 그 소박함만으로도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강추’ 프로그램. △킨타마니 화산지구〓당장이라도 용암을 분출할 것 같은 바툴화산이 있다. 운무에 가렸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풍광이 신비롭다. 그 아래 바툴호수는 물감을 뿌린 듯한 선명한 색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리인들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부른다. △공예마을〓발리인의 손재주는 그들의 신만큼이나 뛰어나 발린산 나무공예는 세계적으로 이름났다. 돌보다 단단하다는 흑단 티크 등의 나무를 놓고 조각에 몰입한 모습에서는 예술가 보다도 뜨거운 정열이 느껴진다. 갓 작업을 끝낸 작품을 보면서 열대의 나른함 속에서 어떻게 저토록 섬세하고 치밀한 조각이 나올까 놀라울 따름이었다.
◇찾아가기 △항공편〓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오가는 도중 싱가포르 여행도 즐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 인천공항∼싱가포르(주 22회 운항) 6시간, 싱가포르∼발리(주 28회 운항) 2시간 소요. 싱가포르항공 예약센터 02-755-1226 △싱가포르〓트랜짓타임(항공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자투리시간)에 싱가포르항공이 제공하는 무료 ‘SIA 홉온(Hop-On)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게 시내관광을 할 수 있다. 오전 9시∼오후6시 공항출발. 이용요령은 싱가포르항공 홈페이지(www.singaporeair.com/kr) 참조.
◇숙박 △발리〓누사두아 해변이 좋다. 멜리아 발리, 쉐라톤 누사 인다, 그랜드 하얏트 등 대부분의 리조트호텔이 이 해변을 끼고 있다. 스파(Sap)와 다양한 해양레포츠도 여기서 즐긴다. 해질녘 해변 카페에서 와인을 곁들인 해물요리 디너는 꼭 한번 즐겨 볼 낭만적인 저녁식사. △싱가포르 관광〓내친 김에 발리 오가는 도중에 싱가포르까지 여행하는 것은 아이디어. 싱가포르항공이 제공하는 ‘뉴 스톱오버 홀리데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단돈 32달러(미화)로 고급호텔에서 1박(2인1실 기준)하며 공항리무진으로 호텔과 공항을 오가며 대표 관광지 7곳 무료입장권과 쇼핑할인권등을 제공받아 싱가포르를 여행할 수 있다. 단, 3월말까지만 유효. 싱가포르관광청 홈페이지(www.newasia-singapore.or.kr) 참조. 02-3455-6609
발리(인도네시아)〓조민상기자 duran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