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월에는 늘 좋은 꿈을 기대한다. 연초에 꾸는 꿈으로 일년의 운세를 예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좋은 꿈을 꿔 1월 한달 내내 혼자 기분좋아 다녔다. 그런 꿈은 일년이 아니라 평생 가는 꿈이니 천기누설(?)하면 안된다는 모친의 말에 아직도 그 꿈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영화인들은 영화를 개봉할 때 연초 길몽이나 태몽보다 더 간절한 심정으로 꿈을 기다린다. 보통 돼지꿈이나 불나는 꿈은 흥행을 예고한다고들 한다.
꿈에서 불이나면 다 타야 좋다고 하는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를 개봉할 때 나는 사무실에서 불이 나다가 마는 꿈을 꿔서 찜찜해 했었다. 꿈이 맞는지는 몰라도, 그 영화 흥행은 그저 그랬다.
'주유소 습격사건' 때는 김상진 감독과 제작자인 내가 동시에 길몽을 꿨다. 김감독은 돼지가 떼지어 들어오는 꿈을, 나는 바다 옆에서 맑은 물이 펑펑 올라오는 꿈을 꿨다.
'신라의 달밤' 때는 시나리오를 썼던 박정우 작가가 대어를 낚는 꿈을 꾸었다. 꿈을 못 꾼 난 당시 용꿈을 꾼 어머니한테 만원에 꿈을 샀다. 길몽은 주변 사람들이 꾸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투캅스2' 때가 그랬다. 나는 꿈을 못꿨는데 영화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친구가 극장이 활활 타는 꿈을 꾸었다고 전화해 주기도 했다. 지난해 신씨네가 만든 '엽기적인 그녀' 는 제작사 대신 배급사였던 시네마서비스의 한 이사가 극장에 인파들이 넘쳐나는 꿈을 대신 꾸어줬다.
꿈이란 평소의 간절함이 무의식에서 숨어있다가 표출되는 것 같다. 내가 그 작품에 얼마만큼 노력과 피땀을 쏟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마치 마법같다. 한 두달 있으면 나는 또 두 편의 개봉될 영화를 두고 길몽을 기대해야 한다.
김미희greenpapaya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