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신동' 허탈한 '황제' 안재현의 자심감 넘치는 티샷(위)과 버디퍼팅 실패로 낙담한 우즈.
‘골프 황제’와 ‘골프 신동’의 차이는 불과 1타.
10일 뉴질랜드 파라파우무비치 링크스코스(파71)에서 열린 뉴질랜드오픈 1라운드.
남반구 원정에 나선 ‘황제’ 타이거 우즈(27·미국)는 퍼팅 난조로 1언더파에 그치며 공동 33위에 머물렀고 우즈와 함께 관심의 초점이 된 대회 사상 최연소 선수인 한국인 ‘신동’ 안재현(13)은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를 쳐 공동 47위에 오르며 쟁쟁한 프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AFP통신은 안재현의 프로대회 데뷔가 우즈보다 3년이나 빨랐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스코트 가디너가 7언더파로 단독 선두.
이날 우즈는 특유의 장타로 3개의 파5홀에서 버디를 낚았으나 첫번째 홀부터 3퍼트를 하는 등 퍼팅이 나빠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이 대회 코스에서 뛰어 놀았다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의 조언을 받은 우즈는 “생각보다 부드러운 그린을 제대로 못 읽었다”고 아쉬워했다.
경기 내내 현지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린 안재현은 프로대회 첫 출전이라는 긴장감 탓에 아이언샷이 흔들리면서 타수를 크게 줄이는데는 실패했지만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안재현은 “2라운드 때는 2, 3언더파 정도를 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목표로 삼은 컷오프를 통과할 것 같다”며 “우즈와 맞대결을 한 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 주변은 우즈에 대한 테러 위협에 따라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우즈에게는 경찰과 사설 경호원이 달라붙었고 뉴질랜드 경찰은 대회 장소는 물론 주변 지역까지 경관과 경찰견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골프장 상공에는 경찰 헬기까지 띄웠을 정도. 골프장 입장객에 대한 검색이 강화되면서 일부 선수들의 지각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비싼 출전료를 챙긴 우즈에 대한 반감을 갖고 대회 보이콧까지 고려했던 뉴질랜드 출신 선수들은 일제히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89년과 97년 이 대회 챔피언인 그레그 터너(뉴질랜드)는 “프로골퍼 인생 18년 동안 이런 푸대접은 처음”이라며 “이 대회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