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가 주5일 근무제를 놓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공무원과 금융보험업, 1000명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됨에 따라 신도들의 종교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공무원은 올 3월부터 월 1회 토요휴무제가 시범 실시되며 학교의 주5일 수업제는 2003년 3월부터 월 1회, 2004년 3월부터 월 2회 시범 실시한 뒤 2005년경부터 전면 실시될 방침이다.
주 5일제 근무에 대한 반응은 불교계의 경우 환영하는 반면 기독교계는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계 대응
불교계는 휴무가 길어지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이 많아지면서 산사(山寺)에 순례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고 수련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또 월드컵과 연관지어 준비하고 있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단순히 일회성 행사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주5일 근무제와 연관지어 불교문화 포교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각 사찰들은 이를 위해 산사 수련 및 문화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가족이 함께 사찰에서 하룻 밤을 묵으면서 스님들에게 다도를 배우며 해인사의 오랜 역사와 팔만대장경 등 해인사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 유산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봉은사는 가족단위의 2박 3일 수행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 서초구 양재동 구룡사와 성북동 길상사 등 도심의 대형 사찰은 산중(山中)의 전통사찰과 제휴, 유적 답사 및 생태기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남 해남 대둔사는 올 하반기부터 사찰 체험 프로그램 ‘대둔사 새벽 숲길’을 시행하기로 했다. 2박3일 일정의 주말 수련회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은 예불과 명상, 새벽 숲길 산책, 스님과의 다담(茶談) 및 경내 청소 외에는 모든 것을 참가자들의 자유의지에 맡긴다. 참가자는 혼자 산내 암자를 찾거나 경전읽기 참선 등으로 시간을 보내면 된다.
▼기독교계 대응
기독교계는 현실적으로 신도들이 주일을 지키기가 어려워지면서 교회 출석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수교단에서는 당초 주5일제 근무에 반대하고 나섰으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대다수가 이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를 ‘시대의 대세’로 받아들이며 이에 걸맞는 목회 및 선교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주말에 여행을 간다해도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박2일의 일정을 택하겠다는 응답자가 59%, 토요일 하루만 가겠다는 응답자가 34%로 나타나 주5일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93%가 주일을 지키겠다고 응답했다.
또 교회에서 주말 모임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할 경우 참여하겠다는 응답자가 83%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는 이에 대비, 올 7월 서울 양재동에 가족치료실과 상담실 가족문화관 등을 갖춘 가정사역 전문빌딩 ‘훼밀리아’를 건립해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개별 교회 차원에서도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정사역 프로그램의 폭넓은 도입 △주말 가족캠프 등 도시-농어촌 연계 프로그램 개발 △수양관 등을 활용한 1박 2일 수련 예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오명철 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