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국제학교는 지난해 11월 홈페이지를 만드느라 진땀을 뺐다. 중국의 열악한 통신 사정으로 전화모뎀으로 접속하는 홈페이지와 초고속통신망(ADSL)으로 접속하는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야 했던 것.
중국에서 ADSL 서비스는 극히 제한된 곳에만 허용된다. 베이징에서도 첨단 벤처기업이 밀집한 중관춘(中關村) 등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지역은 전화모뎀으로 접속해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에게 이미 보편화된 플래쉬기법의 동화상을 본다는 것은 중국 네티즌에게는 아직 꿈속의 일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터넷 인구는 1591만명. 100명 중 겨우 한 명이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얘기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7%로 지난해 106만명이 늘어난데 그쳤다.
중국 인터넷 산업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이동통신 가입자수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99년 4329만명에서 2000년 8453만명, 지난해 9월말 현재 1억3100만명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매년 5000만명씩의 늘어날 전망.
인터넷 산업의 더딘 발전은 광대역 통신망이 깔려있지 않아 접속속도가 느린데도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큰 원인이 있다.
지난해 중반 베이징 동쪽 차오양(朝陽)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인터넷 PC방이 문을 열었다가 불과 한달만에 문을 닫았다. ‘자본주의 퇴폐 풍조’를 상징하는 금지 사이트에 누군가가 접속한 흔적이 적발돼 강제로 폐쇄된 것.
중국 당국은 특히 당과 정부를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 사이트에 실리는데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사이트가 폐쇄되는 것은 물론 글을 띄운 사람이나 사이트 운영자 등은 처벌을 면치 못한다. CNN 등 일부 해외사이트들은 아예 차단돼 접속조차 할 수 없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