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에 대한 신임이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국정홍보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2년4개월여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박 전 처장은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했다. 김 대통령이 “내 옆에 있어라”며 잠시도 휴가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중앙일보 기자출신인 박 전 처장과 김 대통령의 인연은 박 전 처장이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공보수석실 1급 비서관에 기용되면서 시작됐다. 박 전 처장은 99년 5월 박지원(朴智元) 당시 공보수석비서관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박 전 장관의 천거로 후임에 발탁됐다.
그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했던 만큼 박 전 처장의 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도 남달랐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실제 박 전 처장은 역대 공보수석비서관 중 언론과 마찰이 가장 빈번했던 사람으로 꼽힌다. 박 전 처장은 언론에 김 대통령에 대한 비판성 보도가 나오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몸을 던져 부딪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처장은 “과거 독재정권시대에 언론이 무슨 비판을 한 일이 있느냐”고 감정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해 ‘균형 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수출이 부진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박 전 처장은 “지금 수출이 금액면에서는 감소했지만 그건 대부분이 반도체값 하락 때문이며 전체 수출 물량은 늘었다. 자동차 등의 수출은 금액도 증가했는데 이런 것은 언론이 하나도 써주지 않는다. 언론이 이렇게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며 언론을 탓하기도 했다.
박 전 처장의 이 같은 공격적 스타일은 지난해 정부 여당의 ‘강한 여당론’ 표방과 언론사 세무조사 실시 등 강경 기조와 맞물리면서 청와대 핵심부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권에서는 오히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도 누구 하나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박 전 처장 스스로도 공보수석비서관 시절부터 “사심 없이 대통령을 보좌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기도 했다. 그랬던 박 전 처장이기에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돼 중도하차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박준영 전 국정홍보처장 말 말 말
△언론이 공정한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 그런 언론인들이 과거 독재정권시대에 무슨 비판을 했느냐. 민주적으로 하는 시대가 오니까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2001년 1월 3일,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꿔주기’에 대한 언론 비판에 불만을 표시하며).
△내용을 보니 밝혀야 할 것은 오히려 밝히지 않았다. 역사를 왜곡시키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2월 18일, 김영삼 전 대통령 회고록 출판에 대해).
△민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비열한 용어까지 동원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자질과 식견이 의심스럽다(6월 18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애걸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을 비판하며).
△언론사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조세정의 차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본다(6월 20일, 브리핑).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언론사 쪽에서 여러 가지 대화 요구가 있었고 “이런 것을 할 테니 어떤 것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9월 27일, 국정홍보처장취임 이후 국회 문화관광위 답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