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는 끝났다.’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정기총회에 모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같이 전망했다. 경기회복이 뚜렷해지지 않았는데도 세계 곳곳에서 장기금리가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최근 장기금리 상승세는 미국 등에서 경기를 판단하는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신뢰지수, 실업수당 신청건수, 기업들의 실적발표 등이 긍정적이다. 투자수익률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금리도 오르는 것.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그러나 불확실성이 너무 커 경기회복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장기금리가 오르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단기 정책금리 인하를 무기로 경기후퇴와 사투를 벌였다. 대만이 세계 최다인 12차례를 통해 모두 2.375%포인트를 낮췄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11차례 4.75%포인트나 내렸다.
그러나 장기금리는 요지부동이거나 오히려 오르고 있다.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일본에서만 장기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도 지난해 말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채권 매기가 뚝 떨어져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미 재무부는 최근 30년만기 재무부채권의 발행을 전격 중지했다.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공식해명이었지만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미 국채 공급물량을 줄여 값을 높이려(금리를 낮추려) 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물량조절에도 불구하고 자금여유가 줄어든 미 기업들이 채권발행에 나서는 바람에 장기금리를 끌어내리진 못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달 29일로 예정된 미 FRB의 단기금리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앤서니 산토메로 총재 등은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채권전문가들은 이 역시 ‘금리상승세 견제용’으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