尸 位 素 餐(시위소찬)
尸-주검 시 餐-삼킬 찬 榜-방붙일 방
帛-비단 백 畵-그림 화 膏-기름 고
아주 옛날,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屍身(시신)을 앉혀놓고 葬禮(장례)를 지냈다. 여기서 나온 글자가 尸로 의자에 ‘걸터앉은’ 모습이다. 예를 들어 보자. ‘尿’(오줌 뇨)는 용변을 보기 위해 걸터앉아 있는데(尸) 물(水)이 나오는 모습이며 ‘_’(비)는 앉은 모습(尸)과 穴(구멍 혈)의 복합어로 여자의 ‘성기’를 뜻한다.
그러나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故人의 친구나 어린이를 대신 앉혀 장례식을 거행하였는데 이를 尸童(시동)이라 했다. 그러나 그것 마저 번거롭다 하여 후대에 오면 더욱 간편하게 바뀌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神主(신주) 혹은 位牌(위패)이며 그 略式(약식)이 紙榜(지방)임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한편 故人의 몸은 ‘죽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死’자를 덧붙여 屍(시)라고 했다.
어쨌든 장례는 尸가 있어야 치러지게 되었으므로 후에 尸는 ‘主管(주관)하다’는 뜻도 갖게 되었다. 따라서 尸位라면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主管하고 있을 뿐 아무 능력도 없어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편 素는 生帛(생백·갓 짜낸 비단)이다. 색깔이 희었으므로 ‘희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素服(소복)은 흰옷을 말하며 陰陽五行(음양오행)에서 가을은 白色에 해당되었으므로 素秋(소추)라면 가을의 별칭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흰색은 모든 색의 바탕이다. 그것은 여타의 색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素는 ‘없다’는 뜻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素朴(소박)은 꾸밈이 없는 상태를, 素饌(소찬)이라면 고기나 생선이 빠진 나물반찬을 말한다.
素餐(소찬)이라면 아무런 공적도 없이 국가의 官祿(관록)을 먹거나 훔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尸位素餐이라면 직책은 다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국가의 祿만 받아먹는 것을 말한다. 줄여서 尸素 또는 尸祿(시록)이라고 했으며 그런 자를 尸官(시관)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賣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