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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한국 아이스하키 기대주 고려大 김한성

입력 | 2002-01-13 17:29:00


운동선수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개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든가 “해외로 나가 진가를 발휘하고 싶다”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고려대 아이스하키부의 김한성(체육교육과 2학년·21)에게 물었더니 의외로 “팬이 많은 경기장에서 게임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그가 비인기종목의 선수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현재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는 2001∼2002 강원도컵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김한성은 11경기에 출전, 10골6도움(16포인트)으로 포인트랭킹 5위에 오르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한성을 주축으로 고려대는 송동환-전진호(이상 4학년)로 짜여진 최고의 공격라인을 보유해 이번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 송동환은 초-중 선배, 전진호는 초-중-고를 거쳐 대학교까지 선배로 김한성은 자신이 우상이라고 생각했던 선배들과 만나 환상적인 ‘삼각편대’를 이룬 셈이다.

팀의 센터포워드를 맡고 있는 김한성은 현재 국내 아이스하키계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선수다. 이미 그가 가진 기량은 국내최고수준이고 자질로 봤을 때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김한성’이란 이름 석자를 댔을 때 과연 몇 명이나 그가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을까. 적어도 프로야구의 ‘이승엽’이란 이름만 나오면 어린이들까지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가뜩이나 추운 아이스링크에서 불과 수십명의 관중(그것도 대부분은 학부형이다)을 놓고 경기를 하는 김한성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운동인 걸요. 아이스 하키 선수들이 정말 멋있게 보였어요.”

그가 빙판으로 들어선 것은 광운초등학교 4학년때. 학교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어 롤러브레이드 타는 걸 좋아했는데 어느 날 아이스하키부를 맡고 있는 담임선생님이 “더 스릴있는 아이스하키를 해보지 않겠느냐”며 권유했다(초등학교때 일이라면 선생님 이름을 잊어버릴만 한데 김한성은 정기승감독님이라고 정확히 기억했다).

광운초등학교와 광운중을 거치면서 그의 재능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발휘돼 일찌감치 아이스하키판의 주목을 받았다. 명문 경기고에 들어가 1,2학년때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고려대에 들어와서도 1학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부모님은 외아들이 위험한 운동한다고 처음엔 반대했지만 지금은 경기를 할때면 꼭 링크장에 응원을 오실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가 됐어요.”

아이스하키계에선 김한성을 현역 최고의 선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라 위니아의 김세일감독은 “서구선수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체격(1m85, 84㎏)이 좋은데다 그 큰 몸으로도 유연성이 좋고 스틱워크도 탁월하다. 드리블과 개인기 역시 뛰어나다”며 칭찬에 입이 마른다.

고려대의 최원식감독도 “어려서부터 눈여겨 봐왔는데 체력, 스케이팅, 스틱워크의 3박자를 다 갖춘 선수”라며 “의욕이 너무 넘쳐 가끔 드리블이 많고 오버페이스를 하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평가했다.

9월 고대링크장에서 열린 한·중·일 친선대회에선 일본제지팀을 맡고 있는 캐나다코치가 “최고선수”라며 극찬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김한성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진출할 재목이라고도 하지만 본인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김한성은 단호하다. “어렸을때부터 캐나다나 미국에서 스케이트를 탔다면 가능했을 지도 모를 일이죠. 미국무대는 힘들 것 같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본에선 한번 뛰어보고 싶어요.”

최원식 감독은 “국내 무대가 좁으니까 (김)한성이의 경기력에 한계가 있어 1년정도 유학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일본에선 당장 뛰어도 통한다”고 자신한다.

김한성은 인터뷰 말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아이스하키는 정말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예요. 앞으로 팬들이 경기장으로 와 응원 많이 해달라는 말을 꼭 신문에 넣어주세요”라며 씨익 웃었다.

▼김한성이 말하는 ‘나’…“초반 보디체크 당하면 고전”

“저는요. 남들이 잘한다는 말을 할때 가장 부끄러워요. 쑥스러움을 많이 타거든요. 그럴때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등번호는 89번인데 중학교 3학년때부터 달았어요. 사연이 있냐구요? 89번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선수인 NHL의 알렉산더 모길니(토론토 메이플 립스)라는 선수 백넘버예요. 남들은 대스타인 웨인 그레츠키나 마리오 르뮤를 좋아했는데 저는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모길니의 플레이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친구는 지금 부모님이 캐나다에 계시는 바람에 우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팀동료 신치영하고 가장 친하죠. 둘다 먹성이 좋은데 한번은 치영이 하고 불고기 10인분을 해치운 적도 있어요. 주량은 소주 2∼3병 정도고 취미는 스노우보드예요. 징크스는 하나 있는데요. 처음에 보디체크를 당해 많이 넘어지면 몸이 굉장히 무거워 경기가 잘 안풀려요. 그런데 이 기사보고 다른 팀에서 일부러 날 많이 넘어뜨리면 안되는데….”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