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은 94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나의 경쟁자인 앤 리차즈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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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선거자금 내용에 따르면 레이 회장의 부인이 리차즈 후보에게 1만2500달러를 지원한 것은 맞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당시 레이 회장 부부로부터 받은 선거자금은 14만6500달러로 10배가 넘는다. 엔론 사태가 터지자 부시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레이 회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레이 회장을 ‘케니 보이(Kenny Boy)’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각별한 두 사람의 관계는 지울 수 없는 과거를 남기고 있다.
레이 회장은 지난해 PBS 방송과의 회견에서 “나는 부시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면서 “그를 매우 존경하며 수년간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텍사스의 정부감시기구의 대표인 크레이크 맥도널드는 AFP통신에 “부시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 이후 레이 회장과 같은 침대에 있었다”고 양자의 관계를 비유했다.
레이 회장과 부시 가문과의 관계는 최소한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부통령으로 출마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를 92년 공화당 전당대회 의장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부시 가문을 떠나 부시 인맥의 상당수가 엔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미 공익단체인 ‘센터 포 퍼블릭 인테그러티(CPI)’는 부시 행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 관리 가운데 최소한 15명이 지난해 엔론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칼 로브 백악관 정치특보,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 대표 등 장관급 3명과 샬럿 비어스(국무), 피터 피셔(재무), 앨도너스 그랜트(상무), 토머스 도어(농무) 등 차관급 13명이 엔론 주식을 적게는 1만5000달러에서 많게는 25만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명단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토머스 화이트 육군장관의 경우 장관 취임 전에 엔론사의 부회장을 지내 최소 5000만달러에서 최대 1억달러 상당의 엔론 주식을 보유했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 내 엔론의 방대한 네트워크가 파산과정에서 어떻게 기능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숙제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