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합법성 여부가 아니라 과연 당위성이 있는지부터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교수노조는 대학운영에서 다수의 의견을 좇는 학원민주화를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학은 재학생, 학부모, 졸업생, 설립자, 교수, 직원, 산업체 등 여러 이해 당사자로 구성된다. 교수만이 대학을 대변하는 다수라는 주장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던 구시대적 발상이다. 학원민주화가 되려면 우선 대학과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를 대변하는 이사회가 구성되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이는 교수노조와는 별개이다. 대학의 특성인 아카데미즘은 소수의 우수성이 다수의 보편성을 능가할 때 보호되며, 교수노조가 주장하는 학원민주화와 정면 상충한다.
둘째, 교권을 보호하고 계약제 연봉제를 반대하기 위해 교수노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다. 교권은 학문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지 신분을 보장하는 기득권이 아니다. 교수가 일정 기간 동안 대학이 사전에 요구한 교육 연구 업적을 달성하면 정년을 보장받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왜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여야 하는가. 더 잘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연봉제는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법칙이다.
학생에게는 A부터 F까지 학점을 주면서 교수는 왜 똑같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가. 연봉제가 정착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무능한 교수로 인해 생기는 재정적 교육적 폐해는 모든 대학이 겪는 심각한 문제이다. 계약제 연봉제가 정착될수록 교수시장도 유연해진다.
셋째, 과도한 정부 규제에 대항하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규제 제거는 대학의 운영을 시장경쟁 법칙에 맡기고 대학도 문을 닫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계약제 연봉제 등 시장경쟁법칙을 반대하는 교수노조의 논리와 상충된다.
넷째, 사학 재단의 부패에 대항하겠다는 주장도 모순에 빠져 있다. 무조건 정년보장이나 업적과 관계없이 보상받겠다는 주장은 지식인의 부패를 뜻한다. 어떻게 ‘부패’가 ‘부패’를 제거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교수노조와 부패한 사립대 재단간에 이해관계가 일치할 여지가 더 많다. 사학부패 제거도 대학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학원민주화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교수노조는 결국 모든 대학을 황폐화시킬 뿐이다. 다음 세대가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서는 관료와 교수가 갖고 있는 기득권을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
독고윤 아주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