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에 보통검사는 없다. 2년의 임기 보장을 무기로 야당의 탄핵에도 버텨온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했고, 각종 게이트와 비리사건에 연루된 법무부차관 등 검찰 간부가 줄줄이 사퇴하거나 구속되기도 했다.
진실을 찾아 정의를 세우리라는 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하강곡선을 타고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그들에게 걸었던 한 가닥 기대와 희망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 국민들은 여러 차례 그들에게 기존의 틀과 자세로는 버틸 수 없다고 말했었다. 스스로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고도 보냈었다.
그러한 경고에도 우리의 보통검찰은 번지르르한 말로 개혁을 약속하고 곧 변할 것처럼 시늉만 하더니 이제 더 이상 국민적 불신과 의혹을 견뎌낼 힘도, 스스로 변할 기력도 없어져 그 위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검찰 중립-공정성에 一助▼
뭔가 다르고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보아오던 보통검사가 아닌 특별검사가 임명되더니 뭔가 다른 것을 밝혀냈다. 물론 아직 진실이 무엇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에 의해서 검찰총장의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고, 검찰총장의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한 로비스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알선수재혐의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의 핵심인 대검 중수부가 무혐의로 처리한 사건에 관해 몇 명도 되지 않는 특별검사팀이 새로운 혐의사실을 밝혀냈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보통검사와 특별검사의 능력과 의지의 차이는 분명 아닐 것이다. 단지 특별검사에게는 눈치봐야 할 상사도 없고, 승진과 보직 때문에 외부의 영향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보통검사와는 다를 뿐이다.
바로 이 점이 상사의 지시가 압력으로 느껴지고 정치권의 말 한마디가 법과 양심과 소신에 따른 일 처리보다는 승진과 보직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상하위계구조 속의 보통검사에게 전체 사건의 1%도 안 되는 특별한 사건들을 맡길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길은 안타깝게도 특별검사제를 상설화하는 방안뿐이다.
지난 두 번의 경험에서 특별검사제가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검찰로서는 이를 반대할 명분도 힘도 없다. 국가의 형사소추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고위 공직자와 관련한 권력형 부패와 비리에 대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내지 못해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나아가 국가권력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증폭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검사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사건인 고위직 비리 및 정치적 사건을 담당함으로써 국가의 소추기능이 이원화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고, 특별검사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검찰도 특별검사제도를 통해서 정치적 사건의 수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총장 인사청문회 필요▼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별검사제의 도입과 함께 다른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인사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 인사의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참여하게 하고 의결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 공소권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재정신청제도를 확대하고,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부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소신 있고 능력 있는 민주적 인사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만 비로소 검찰에 쏠린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검찰은 국민의 개혁 요구와 비판적 목소리를 열린 자세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부정부패척결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검찰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으로 탈바꿈하도록 스스로 노력하여야 한다.
하 태 훈 고려대 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