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의 신인 김승현(23·사진)은 요즘 쉴 때면 e메일 보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 평균 300통 가까이 날아들어 일일이 다 읽기도 힘들 정도.
올 시즌 최고의 루키로 꼽히는 김승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동국대를 졸업하고 동양에 입단한 김승현은 올 시즌 평균 37분을 뛰며 12.9점, 7.8어시스트, 3.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가드 부재에 시달리며 하위권을 맴돌았던 동양은 김승현의 가세로 최근 7연승을 달리며 23승10패로 순위표 꼭대기에 자리했다.
이런 활약으로 김승현은 홈과 원정을 떠나 관중을 몰고 다니며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동양의 대구 홈경기 평균 관중은 2000명을 약간 넘었으나 올 시즌에는 3200여명으로 껑충 뛰었다. 동양 프런트는 ‘김승현 효과’로 700∼800명의 팬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오빠부대’의 우상은 보통 기량보다도 외모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게 사실. 1m78, 74㎏의 아담한 사이즈에 곱상하게 생긴 김승현은 소녀팬은 물론 수준 높은 개인기를 앞세워 농구 마니아의 찬사까지 듣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수 힉스와의 앨리웁 패스와 현란한 드리블은 트레이드마크.
워낙 유명세를 타다보니 외출하기도 부담스럽게 된 김승현은 “주위의 관심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내 플레이에 방해가 안 되도록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왕이 유력한 김승현은 한국농구연맹(KBL)이 16일 발표한 올스타전 ‘베스트5’ 팬 투표 중간 집계에서 당당히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7만8295표 가운데 56.8%인 4만4495표를 얻어 2위 이상민(KCC·4만3354표)을 제치고 선두에 나선 것.
김승현은 “팬들이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정말 몰랐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팀이 상승세를 몰아 우승하는 데 최선을 다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