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는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고 청렴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7일 취임한 이명재(李明載)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一聲)이다.
서울고검장 시절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검찰을 떠났던 이 총장은 이날 오후 4시2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청사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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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이 현관으로 들어오면서 평소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마중 나온 검찰 간부들은 미소로 화답할 수 없었다.
‘퇴장’했던 그가 검찰총장 내정 발표 직후 “국민이 검찰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안다”고 한 말의 의미를 검찰 간부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검찰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습니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검찰의 위상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날 오후 5시에 시작된 취임식에서 이 총장이 취임사를 읽어나가자 장내에는 숙연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취임사는 미려(美麗)하면서도 검찰의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힘있는’ 내용이었다.
이 총장의 취임 소식을 전해들은 검사들도 검찰이 개혁을 통해 실추된 검찰의 위상을 되찾고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이 총장 취임으로 바닥까지 무너져 내린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고 과감한 인사 쇄신과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검찰의 위상을 바로 세워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일선의 평검사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 개혁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우선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재점검하고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이 총장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의 한 간부는 “기대가 너무 크면 총장이 힘들어진다”며 “정치권이 검찰을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장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