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오히려 야생동물에게 해를 미치고 환경 파괴 우려까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가 밀렵 도구 수거 행사와 병행해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지원한 이후 먹이주기 행사가 크게 늘어나 2000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전국에서 모두 224t의 먹이가 뿌려진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1∼2월에 집중되는 이 행사는 올해도 지방자치단체, 군부대, 지역 단체 등이 앞다투어 시작하고 있다. 경인지방환경관리청은 12일과 17일 경기 포천군 신북면 야산과 경기 남양주시 수락산에 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 옥수수와 동물 사료 등을 헬기를 이용해 살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야생동물이 얼마나 있으며 어떤 먹이사슬에 의해 어느 지역에 어떠한 종류의 먹이가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한 기초 조사는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백두대간보존회 정강선(鄭9善) 생태보전국장은 “콩이나 옥수수 등을 이동 통로에 대한 조사도 없이 아무 곳에나 뿌리거나 야생동물이 살지 않는 도심 야산에 뿌리는 경우 등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돼지 노루 고라니 등이 사는 지역에 지자체에서 먹이주기 행사를 한다며 배합사료를 배수로 옆에다 뿌리는 것도 보았다”며 “가축 사료를 야생동물들이 먹을 경우 부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료들이 배수로를 타고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서재철(徐載哲) 자연생태국장은 “폭설이나 재난으로 먹이 구하기가 어려워졌을 때는 야생동물에게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현재처럼 모이를 줘선 안되며 좀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굳이 먹이를 줘야 할 경우 야생동물과 그 이동 통로를 파악해 적절한 먹이를 필요한 양만큼 주고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국장은 “미국의 경우 일반인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자체가 금지돼 있다”며 “먹이주기가 야생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야생성을 잃게 하거나 생태 습성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먹이주기 행사는 7개 지방환경청에서 밀렵 도구 수거 행사와 함께 벌이고 있다”며 “일종의 야생동물 애호 캠페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