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전용기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된 사건이 불거짐에 따라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포함, 미-중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장 주석이 도청장치가 발견된 것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보도, 중국측이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음을 전했다.
만일 미국이 장 주석을 도청하기 위해 위성으로 조작이 가능한 첨단 도청장치를 중국 몰래 장착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는 미중 관계에 파란을 초래할 수도 있는 엄중한 사안이다.
그러나 의아스럽게도 최근 미-중관계는 부시 행정부가 출범 초기에 표명한 강경한 대(對)중국 정책과 지난해 4월 발생한 미국 정찰기와 중국 군용기의 충돌 사건으로 양국간에 냉기류가 흐르던 때에 비하면 오히려 상당히 개선된 상태다.
부시 대통령은 도청장치 발견 직후인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장 주석과 양국관계 개선방안 등을 협의했고, 중국은 미국이 전개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지지를 보냈다.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北京)방문이 추진되는 등 미-중관계에 화기가 감도는 것은 중국이 미국에 도청장치 문제를 아직 정식으로 제기하지 않았거나, 이로 인해 양국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CNN 방송은 "19일 중국 관리들은 도청장치가 발견된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는 미-중관계에서 작은 사건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양국의 관계개선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이에 관해선 함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의 대변인은 "우리는 그런 종류의 주장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백악관과 국무부도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내 중국 전문가들은 국가간의 첩보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베이츠 길 연구원은 중국이 장 주석의 전용기를 운항하기 전에 도청장치를 발견, 실제 피해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일은 실패한 첩보작전으로 미-중 관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번 사건을 문제삼지 않는 것은 장 주석의 전용기 도입에 관련된 책임자들을 상대로 한 자체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이번 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 으로 그칠 것으로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결국 미-중관계의 풍향은 다음달 부시 대통령의 방중을 지켜보아야 제대로 예측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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