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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당뇨병환자 "가까이 하기엔 그래도 먼 설탕"

입력 | 2002-01-20 17:24:00


“이제 당뇨병 환자도 일반인처럼 설탕을 자유롭게 먹어도 되나요?”

지난해 말 미국당뇨병협회(ADA)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새 식이요법 지침을 발표했다. 혈당 조절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당뇨병 환자가 설탕을 섭취해도 좋다는 것. 그동안 당뇨병 환자라면 무조건 설탕을 멀리 해야 하는 것으로 알아왔다.

새 지침에 따르면 스파게티나 감자, 케이크 과자 등 모든 탄수화물 식품을 같은 열량 기준에 따라 섭취할 수 있으며 설탕이 든 음식도 정해진 열량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당뇨병 환자에게 설탕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식품이라고 경고한다.

설탕과 설탕 대신 사용되는 기능성 당분을 살펴본다.

▽설탕의 끊임없는 유혹〓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설탕은 나쁜 음식이 아니다. 설탕의 화학적 성분인 자당(蔗糖)은 인체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원천이다. 또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 피로회복에 좋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품을 제조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던 설탕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설탕 섭취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홍규 교수는 “ADA의 새 식이요법 지침은 설탕을 ‘나쁜 음식’으로만 여겨온 일부 당뇨병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혈당 조절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는 전제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리고당은 유산균의 밥〓올리고당은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단맛이 설탕의 70%, 열량은 설탕의 절반인 1g에 2㎉이다. 위나 소장의 소화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아 대장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고, 장 속에서는 유산균의 일종인 비피더스균 등에게 잡혀 먹힌다.

비피더스균은 장 속에 있는 병원균이나 부패균과 같이 유해한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해 장을 깨끗이 하고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등 우리 몸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는 “올리고당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고 대장암과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리고당은 우엉 양파 마늘 콩 감자 벌꿀 해조류 등에 들어 있다. 각종 제품에 첨가되는 올리고당은 이 같은 천연식품에 효소를 넣어 대량 생산한 것. 최근에는 쌀 표면을 올리고당으로 코팅 처리하거나 숙취해소 음료에 올리고당을 넣는 등 기능성 제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다만 소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20g 이상 섭취할 경우 복부 팽만감,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속임수의 귀재, 자일리톨〓자일리톨도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는 천연 소재의 감미료. 대부분 자작나무나 떡갈나무 등에서 나오는 자일란 헤미셀룰로즈 등으로 만들지만 야채에도 다량 함유돼 있다.

자일리톨은 속임수의 귀재다. 입속 충치균인 뮤탄스균(S. Mutans)의 먹이가 되지만 영양가가 낮아 결국에는 뮤탄스균을 영양실조로 죽게 만든다. 이 때문에 충치 예방효과가 있다는 것.

이 같은 효능이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껌과 치약, 구강청정제, 치과 치료제 등의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마시는 유제품에 들어간 자일리톨은 충치예방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 충치예방연구회의 송학선 회장(치과 전문의)은 “유제품의 자일리톨은 입속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데다가 유제품에 든 다른 당분 때문에 충치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