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LG배 세계기왕전 왕관의 주인공은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의 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18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유 9단은 이세돌 3단에게 225수만에 흑 3집반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조 9단도 세계 1인자 이창호 9단에게 역전극을 펼치며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유 9단은 이날 바둑에서 초반 신수를 구사하며 우변 일대 두터운 세력을 쌓아 대세를 리드했으며 이후 이 3단의 끈질긴 추격을 착실히 막아내 낙승을 거뒀다.
반면 조 9단은 중후반 무렵까지 불리했으나 특유의 ‘흔들기’가 성공하며 역전극을 펼쳤다. 조 9단은 이 9단의 알뜰한 실리 작전에 말려 집부족에 허덕였으나 중앙에서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보기좋게 성공해 이 9단의 중앙 말을 잡고 승리를 따냈다.
이번 대회는 88년 세계 대회가 시작된 이래 사상 처음으로 한 국가의 기사들이 4강을 독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국만의 잔치’가 열린 것.
특히 조 9단과 유 9단은 이번 대회에 우승하면 세계대회(응씨배, 삼성화재배, 후지쓰배, 춘란배)에서 모두 한번씩 우승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결승 진출이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국 두 기사가 나란히 결승에 진출해 누가 우승하든 첫 그랜드 슬래머가 탄생하게 되는 셈.
조 9단은 지난달말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을 누르고 삼성화재배를 차지한 뒤 곧바로 이 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등 50대을 앞둔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또 유 9단으로선 LG배가 한(恨) 맺힌 기전. 1, 3, 4회 등 3번이나 결승에 올랐으나 이창호 왕리청(王立誠) 위빈(兪斌) 9단에게 져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결승전 1, 2국은 다음달 25, 27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리며 3, 4, 5국은 3월중 열린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8000만원.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