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는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을 내걸고 미국 시장에서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잭 스미스 회장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 말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차의 특징을 꼽아달라’고 주문하면 대개는 “한국차요? 파격적인 보증 시스템”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미국에서는 대체로 3년, 6만마일 보증제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만난 미국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아직도 한국 자동차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매우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도 현대자동차를 탄다는 시카고의 자동차 전문지 기자는 “도요타에서도 감히 못하는 파격 시스템이 어떤 수익구조 때문에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지적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차는 무상보증제 이외엔 별다른 강점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차는 지난 한해 동안 미국 시장에서 63만대가 팔렸다. 평균 판매단가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넘을 만큼 좋은 인식을 쌓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싸구려 자동차’라는 이미지에서는 일단 벗어났다는 평을 듣는다. 현대차의 미국 현지법인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 없이 어떻게 장기 품질보증제도를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좋은 품질과 파격적인 보상시스템으로 ‘전초기지’를 확보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국차 전시장을 둘러보면 한국차의 ‘다음 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느껴진다. 현대차 전시장에 큼지막하게 내걸린 ‘미국 최고의 보상제도(Best Warranty)’외엔 뚜렷이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데다 이를 눈여겨보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다.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기술, 품질 그리고 마케팅 측면에서 남다른 혁신을 통해 미국 땅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기를 기대한다.
김동원 경제부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