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들의 상승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통신업체들은 지난해 크게 좋아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본궤도에 오른 이익창출 능력을 선보였다. 이것은 지난 2년간 지속된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마케팅 비용과 설비 투자가 줄어든 덕분이었다.
주식시장과 코스닥에 등록된 7개 통신업체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9.7%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순이익도 118% 늘어 매출액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가운데 KT(옛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2개 선발사업자의 순이익이 7개사 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나 됐다. 선·후발 업체간 수익능력차가 커졌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후발사업자들의 사정도 나아져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흑자기조로 돌아섰고 유선통신 사업자들은 적자폭이 줄었다.
올해에도 통신업체들의 이러한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비 회수단계의 진입으로 7개 업체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0년 10.0%에서 2001년에는 19.5%로 높아졌다. 올해에는 21.3%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 보면 일반전화와 휴대전화는 보급률이 각각 45%와 61%로 높아져 성장세는 주춤할 전망. 반면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이용자의 통화패턴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바뀌고 있고 통신업계가 가입자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통화량 위주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784만명으로 보급률은 54%로 높아졌다. 초고속인터넷은 성장단계에서 성숙단계로 옮겨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KT는 초고속인터넷부문에서 대규모 흑자가 예상되며 점유율 2위인 하나로통신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무선인터넷은 도약단계로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 초고속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고속 무선인터넷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대중화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인터넷 분야에 이어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도 국내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셈이다.
무선인터넷 ‘cdma 2000-1x’ 가입자수는 작년말 419만명에서 올해 말에는 1560만명, 내년말에는 2521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입자당 매출액도 껑충 치솟아 휴대전화업체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5월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무선인터넷 경쟁도 관심거리다. 국내에서는 월드컵에 맞춰 유선 초고속인터넷에 맞먹는 고속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cdma 2000-1X EV-DO’서비스가 등장한다. 덕분에 조그만 휴대전화기 화면으로 축구경기를 보고 화상통화를 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무선인터넷은 그동안 벨소리 및 캐릭터 다운로드, 문자메시지 전송 등에 머물렀으나 앞으로는 금융 결제 무선화폐 등 무선 전자상거래(m커머스) 분야로 시장이 넓어진다. 무선차량안내 게임 오락 등 분야의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구조조정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 대부분의 현안들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정부는 6월말까지 KT 지분을 모두 팔아 KT의 민영화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이미 한통엠닷컴을 흡수한 KTF는 KT아이컴과 합병하고 SK텔레콤은 SK신세기통신에 이어 SK IMT와의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드림라인을 인수한데 이어 두루넷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파워콤 인수에도 도전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구조조정은 정보통신부가 구상하는 3강 구도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후발통신업체의 통합을 유도해 KT, SK텔레콤과 경쟁할 수 있는 제3의 사업자를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선발사업자를 감시하고 후발사업자를 지원하는 정책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시행을 시작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중복투자 해소, 경쟁 약화, 규모의 경제효과로 개별 기업들의 수익성도 좋아진다.
초고속인터넷, 무선인터넷 시장의 부상으로 통신업계는 올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주가가 올랐으나 국내 통신주는 해외 통신주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시장지배력이 높은 SK텔레콤 KT KTF 등 대형 통신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망해 보인다.
양종인(梁鍾仁) 동원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jiyang@d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