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여인’은 마치 액자소설처럼 ‘영화 속 영화’와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는 스페인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페인의 코미디 영화다.
▼고야상 7개부문 수상▼
톱스타 톰 크루즈와의 열애로 더욱 유명해진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스가 영화의 여주인공이자, ‘영화 속 영화’의 여주인공이기도 한 스페인 여배우 ‘마카레나’를 연기했다.
크루스는 이 영화로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고야(Goya)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여우주연상 외에도 고야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배경은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8년. 당시 독일의 선전부장인 요제프 괴벨스는 영화의 영향력을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 괴벨스는 특히 스페인 배우들을 동원한 독일영화를 만들어 남미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하려 한다.
여기까지는 실재했던 역사적 상황이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은 이같은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독일로 선전 영화를 찍으러 간 스페인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꿈속의 여인’은 이 영화의 제목인 동시에 ‘영화 속 영화’의 제목. 괴벨스는 독일에 온 스페인 여배우 마카레나에게 한 눈에 반한다. 온갖 방법으로 유혹하지만 마카레나는 이미 유부남인 감독 블라스와 불륜 관계다. 촬영 중단의 위협을 느낀 블라스는 마카레나의 등을 떠밀어 괴벨스에게 보낸다.
▼조연들의 코믹연기 볼만▼
감독에게 실망한 마카레나는 엑스트라로 동원된 러시아 출신 유태인 레오에게 사랑을 느끼고, 유태인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게 될 레오를 숨겨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크루스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춤추고 노래하는 크루스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영화는 크루스를 ‘감상’하기 보다 마카레나를 어떻게든 안아보려는 괴벨스와 마카레나의 코믹한 갈등, 업치락 뒤치락하다가 막판에 긴장감을 자아내는 마카레나와 레오의 도피 과정, 배우들의 사생활 엿보기가 더 재미있다.
중반까지 영화는 늘어지는 편. ‘카사블랑카’처럼 마지막에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남자와 떠나보내는 ‘비장한’ 장면이 나오나 블라스, 마카레나, 레오간의 사랑은 그다지 절절하게 않다.
괴벨스역을 맡은 요하네스 실베르쉬나이더를 비롯 조연들의 코믹 연기가 볼만하다. 올드팬이라면 영화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1979년)에서 마리아 브라운을 연기했던 한나 쉬굴라가 괴벨스 부인으로 출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겠다. 15세 이상. 25일 개봉.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