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현씨(右)가 견지낚시로 빙어를 잡아올리자 딸 한별이와 부인 안경숙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파닥파닥 ‘손맛’ 매콤향긋 ‘입맛’▼
‘윽’. 몸을 짓누르는 통증에 눈을 떠보니 32개월 된 딸 한별이가 아빠를 오랜만에 봐서 즐거운 지 배위에서 쿵쿵 뛰고 있다.
오전 9시30분. 집사람은 오랜만에 집에 들어와서도 늦잠만 자는 남편이 미운지 입이 한자나 나와있다.
“그래, 까짓거 오늘은 내 가족을 위해 봉사하자.”
기업체 직원연수를 전문으로 하는 새한이벤트의 레크레이션 전문강사인 신재현씨(38).
그의 주업무는 각종 이벤트와 체육대회, 야유회를 진행하는 것.
전국 방방곡곡 안다녀본 곳이 거의 없다. 물론 이 때문에 집에선 ‘빵점 가장’이다.
그가 한달만에 얻은 ‘휴일’인 14일 마침내 ‘가족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어디로 떠날지는 비밀. 절친한 후배 장봉석씨(34)에게 전화해서 아내 모르게 ‘소근소근’ 작전을 짰다.
신씨와 장씨 두가족이 이날 오후 3시쯤 도착한 ‘비밀장소’는 얼음벌판이 한없이 펼쳐진 강원도 인제 소양호.
바로 빙어잡이를 위해서였다. 마침 얼음벌판에는 인제군에서 빙어축제를 위해 뚫어놓은 수천개의 얼음구멍이 곳곳에 널려있다.
‘빙어는 새벽녘과 오후에 잘 잡힌다니 이 시간이면 잘 잡힐테지.’
두사람은 5000원씩을 주고 산 견지낚시대에 미끼를 껴 얼음구멍에 드리운다.
1분정도 지났을까. “왔다”하는 고함과 함께 신씨가 5m나 내려간 낚시줄을 끌어올리자 은백색의 어른 손가락만한 빙어한마리가 팔딱거리며 따라올라왔다. 딸아이의 박수가 이어지고 신이난 신씨는 다시 미끼를 바늘에 엮어 또 얼음구멍에 넣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30분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 하지만 딸아이는 또다른 재미에 푹 빠졌다.
얼음썰매.
앞에서 썰매를 끄는 엄마도 신이 나 연방 웃음을 터뜨린다.
2시간동안 신씨와 장씨가 잡은 빙어는 겨우 20여마리. 하지만 적게 잡은게 대수랴. 색다른 낚시 재미에 언제 시간이 갔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30초마다 낚시대를 들었다놨다하며 집중하느라 온몸에 땀이 날 정도.
“견지낚시가 사격보다 훨씬 더 운동이 되는데요” 평소 취미로 사격을 한다는 신씨가 몸을 좌우로 돌리며 너스레를 떤다.
곧바로 꽁꽁 얼어붙은 소양호 한복판에서 어른들은 빙어회무침, 아이들은 빙어튀김으로 배를 채운다.
오후 7시. “여보, 오늘 수고했어요.”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아내들의 칭찬에 두 가장은 우쭐해졌다.
“다음주에 또 올까?”
인제〓전 창기자jeon@donga.com
▼빙어낚시 요령…바늘 7개 견지 이용 먹이는 작은게 좋아▼
빙어(氷魚)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15㎝까지 되지만 보통은 10㎝ 내외.
섭씨 10도이하의 수온에만 살아 소양호 등지엔 겨울철에만 올라온다. 빙어라는 이름도 얼음 밑에서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빙어는 추워지면 먹이가 별로 없는 탓에 겨울철엔 향긋한 오이맛이 난다. 3,4월에 산란을 하고나면 연어처럼 수명을 다해 소양호에 새하얗게 둥둥 뜬다.
빙어낚시는 보통 바늘이 7개 달려있는 견지낚시대를 사용하고 길이가 1m 내외인 빙어전문 릴낚시도 사용한다. 낚시줄은 원줄은 1.5∼2호, 가지줄은 0.8∼1호가 적합하고 찌는 오뚜기형이나 고추찌가 좋다. 미끼는 빙어가 한번에 물수 있는 작은 것이어야 입질이 좋다.
견지낚시대는 낚시터에서 5000원, 미끼는 2000원씩에 살 수 있다. 릴낚시대는 1만5000원이며 뜰채는 4000원.
현지에서 빙어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빙어회는 1만원, 각종 야채와 함께 버무린 빙어무침과은 1만5000원, 빙어튀김은 1만5000원에 판매한다. 산 빙어를 비닐봉지에 산소와 함께 포장해주기도 한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