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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세금]"연말정산 환급 돈없으니 나중에…"

입력 | 2002-01-22 18:06:00


작년에 근로소득자들로부터 소득세 원천징수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과다징수한 세금을 돌려주는 문제를 놓고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예년에는 국가기관이나 기업체 등 원천징수의무자들이 근로소득자들의 1월 급여 통장에 정산액을 입금해줬으나 올해는 2∼4월경 지급하거나 앞으로 내야할 세금에서 공제해 나가는 곳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우선 지급 순서를 놓고 급여담당 부서와 직원들 간에 말다툼이 벌어지는 가 하면 국세청 등의 웹사이트에는 항의성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의 P경찰서는 18일 간부와 몇몇 주요 부서 직원들에게만 정산액을 우선 환급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나중에 환급하겠다고 통보했다. 1차 대상에서 빠진 한 경찰관은 “세금을 받을 때는 우선 많이 걷고 돌려줄 때는 이자도 없이 늦게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한 공무원도 “최근 직장에서 작년 과다징수액을 돌려줄 돈이 부족해 앞으로 매달 낼 세금에서 공제해 나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선(先)세금 제도라도 생긴 것이냐”고 불평했다.

예년에는 원천징수의무자들이 세무서에 낼 1월분 세금과 전년도 원천징수분에 대한 환급액 규모가 비슷해 서로 상계를 하면 됐기 때문에 별도의 재원 없이도 1월에 근로소득자 개개인에게 정산액을 돌려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환급액이 급증,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관이나 기업체 등에서 1월에 근로자 개개인에게 환급을 못 해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작년 5월 이후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높이고 장기증권저축 세액공제를 신설했기 때문에 올해 정산환급액이 작년에 비해 40∼5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선 연말정산 실무자들에 따르면 환급액은 정부 추산보다 더 늘 가능성이 크다.

P경찰서 사례만 보더라도 1월분 소득세는 약 6000만원인데 비해 총환급액은 2억7000만원에 이른다.

모 건설 관련 협회의 세무담당 K대리는 “작년에는 전년도 정산환급액이 1월에 내야할 세금의 1.5배 정도였으나 올해는 3.5개월치에 이른다”면서 “우리 협회 회원사들도 대부분 환급액이 너무 많아 실무자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초 재경부가 발표한 세액조견표만 믿고 세금을 원천징수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다”면서 “주로 고소득자들에 대한 공제 혜택이 크게 늘어 환급액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총급여액 4500만원 초과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 한도 폐지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확대 등에 따른 혜택을 주로 고소득자들이 봤다는 것.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1, 2월분 소득세와 전년도 연말정산 환급액을 상계하고도 환급액이 웃돌 때는 3월 이후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청, 환급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와 관련, 환급신청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소득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규칙 개정은 법제처의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2월 말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