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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기업 "정치자금 시비 차단"…윤리강령 구축

입력 | 2002-01-22 18:22:00


일부 벤처기업의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대기업들이 강도 높은 내부 단속과 함께 기업윤리 전담임원을 선임하는 등 윤리경영 체제 구축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올해가 ‘선거의 해’이므로 정치자금 기부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윤리경영 체제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윤리와 관련된 지표를 규격화해 ‘윤리경영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기업윤리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부패방지법이 25일 발효됨에 따라 건설업체 등 정부와 거래가 많은 기업들은 관(官) 상대의 영업관행을 좀더 투명하게 바꿔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부패방지법의 제정 취지는 공공부문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자는 것. 엄밀히 따지면 기업은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그러나 “관급공사를 따내고 정부에 납품하려면 기업들도 어떤 형태로든 이 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리경영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의 일환으로 윤리경영 실천 상황을 규격화하려는 ISO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ISO 산하의 소비자정책위원회는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환경보호 △지역사회 공헌 △부패방지 시스템 등 표본항목을 만들어 가맹국 경제단체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6월 총회에서 시안을 발표한 뒤 1∼2년 안에 최종 규격안을 확정해 우수 기업에는 인증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윤리경영 인증서를 받은 기업은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수출물량이나 수주계약을 따내는데 유리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불이익을 받을 전망. 미국의 윤리담당임원협회(EOA)도 ISO와 비슷한 형태의 윤리기업 인증제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들 “윤리경영만이 살길”〓국내외 여건이 윤리경영을 압박하는 쪽으로 형성되자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최근 들어 부쩍 기업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계열사 임직원의 비리를 적발한 삼성은 협력 납품업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포항제철도 올 상반기중 기업윤리행동준칙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LG칼텍스정유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해 사내 규정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윤리경영의 모범기업으로 꼽히는 신세계는 올해초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포식을 가졌고 롯데도 윤리행동준칙을 발표했다.전경련은 현재 30대그룹 위주로 구성돼있는 기업윤리 담당조직을 중견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윤리경영 실천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