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탈리아에서 키에보라는 인구 2700명의 소도시 축구팀이 뜨고 있다.
비록 각 축구팀에서 쫓겨난 선수들과 코치로 구성된 팀이지만 지난해 1부 리그인 ‘세리에A’에 입성해 한 달간 1위를 지켰고 지금도 AC 밀란과 유벤투스 등 명문 팀과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판 공포의 외인구단’인 셈이다.
뚜렷한 스타도 없는 이 팀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때묻지 않은 스포츠 정신 때문. 축구 스타 한 명의 ‘몸값’도 안 되는 1200만달러(156억원 가량)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이 팀은 선수 개개인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캔들과 마약, 돈과 폭력 등에 찌든 프로축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팬들은 훈련과 팀워크를 강조한 고전적 축구를 펼치는 키에보가 현란한 개인기와 치밀한 전술로 무장한 명문 축구팀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하는 모습에 환호하고 있다.
이제 키에보팀은 성공 역정을 담은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코치와 팀원들은 토크쇼와 패션쇼, 강연회 등의 단골 초청 대상이 됐다. 구단주인 루카 캠페델리가 경영하는 케이크 제조업체 ‘판도로’의 매출도 배로 뛰었다.
키에보팀은 16년 전만 해도 소도시의 준프로팀에 불과했고 실력도 형편없었다. 선수들은 원형경기장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유명한 이웃 도시 베로나의 축구경기장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훈련해야 했다. 그러다 캠페델리가 구단주로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판도로 공장과 키에보 축구팀을 물려받은 그는 오갈 데 없는 구제불능의 선수들을 모아 맹훈련을 실시했다. ‘노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그의 믿음은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84년 세리에D→86년 세리에C2→94년 세리에B→2001년 세리에A.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팀은 버겁다. 이를 만회할 것은 더 많은 노력과 의지, 집중력뿐이다.” 키에보팀 코치 루이기 델 네리가 말하는 ‘신데렐라 축구팀’의 탄생 비결이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