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하나의 축제였다.
22일 오후 6시반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앞에는 끝도 없이 밀려드는 검은색 세단에서는 턱시도 정장과 화려한 모피로 성장한 상류사회 남녀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이브 생 로랑의 고별 패션쇼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인 베르나데트 여사 등 정재계 인사,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잔느 모로를 비롯한 문화계 인사 등 1500여명이 초청됐다.
퐁피두 센터 앞 광장에는 그보다 많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들이 몰려 들었다. 파리의 일반 시민들은 퐁피두 센터 건물 전면에 설치된 2개의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앉기 시작했다. 프랑스 언론이 추산하는 이날 시민 관람객은 3000여명.
7시 정각 쇼가 시작되자 퐁피두 광장은 축제의 마당으로 변했다. 클라우디아 쉬퍼와 나오미 캠벨 등 세계 정상급 모델들이 생 로랑이 처음 고안한 여성용 바지 정장, 사파리 재킷 등을 선보이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고흐 모네 피카소 몬드리안의 그림을 그려넣은 아름다운 의상에 브라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패션을 모르는 시민들도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오페라 아리아에 젖어들었고 아프리카풍의 타악기 음악에 어깨를 들썩였다. 이날 파리의 퐁피두 광장에서 패션쇼는 더 이상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패션쇼장 안에서 박수갈채가 나오면 밖에 있는 시민들은 환호로 화답했고, 밖의 환호는 다시 안의 탄성으로 이어졌다. 퐁피두 센터 안팎의 열기는 하늘을 수놓는 레이저빔처럼 뻗어 올라 1월의 차가운 파리 하늘을 달구고 있었다.
행사의 클라이 맥스는 200명의 모델이 1966년 생 로랑이 처음 고안한 여성용 바지 정장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친 뒤 카트린 드뇌브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당신’ 이라는 노래에 맞춰 올해 65세의 생 로랑이 등장하는 장면. 패션쇼장 안과 밖의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거장(巨匠)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생 로랑은 그의 화려했던 인생을 상징하듯 샹송 장밋빛 인생 이 흐르는 가운데 무대 뒤로, 아니 패션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광장에 있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가운데는 손수건을 꺼내는 사람이 많았다.
파리=박제균특파원기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