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부모들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일터이다. 그러면서도 “이 녀석이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답답한 마음에 ‘선배 학부모’들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궁금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입학 한두달 전부터 차근 차근 취학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취학 절차〓시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개 2월 초에 취학 대상자에게 취학통지서와 함께 배정 학교가 통보된다. 서울의 경우 2월 2일 동사무소를 통해 취학통지서를 배부하고 6일 취학아동 예비소집을 통해 취학자를 확정한다.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학부모는 취학통지서를 받는대로 동사무소에 사립학교 입학증명서를 제출하거나 전화로 사립학교 진학을 통보하면 된다. 입학식 때는 해당 사립학교에 그 전에 받은 취학통지서를 내면 된다.
또 입학 전에 홍역 예방주사를 맞히고 접종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홍역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백신을 맞고 4∼6세 사이에 2차 접종을 해야 예방이 가능하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 14만1616명을 상대로 3월까지 25개 구청 보건소에서 무료 홍역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이미 2차 접종을 받은 아동은 해당 의료기관의 확인증을 받아 학교에 내면 된다.
▽학교생활 적응 훈련〓취학 전에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정병택(鄭炳澤) 초등장학사는 “부모에게서 ‘선생님은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들어 ‘화장실 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해 바지에 오줌을 싸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선생님에게 말씀드려라”라고 일러줘 선생님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일단 학교가 정해지면 부모가 함께 학교까지 통학하는 연습을 실제로 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가는 길에 위험한 곳이나 유해 환경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아이에게 단단히 일러줘야 한다. 교실을 둘러보고 학교 생활에 대해 미리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학교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그만큼 적응하기가 쉽다.
취학 전에 아동이 지나치게 많은 공부를 한 경우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산만해지기 쉬우므로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건강 관리〓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컴퓨터와 TV를 많이 보는 어린이는 시력에 이상이 있을 수 있어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이를 닦는 습관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치아 관리에도 신경을 써주자. 입학한 뒤에는 집단생활을 통해 전염성 질환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귀가 후에는 꼭 손을 씻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줘야 한다.
정서적인 부분에도 신경써야 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줄서기, 차례 지키기, 선생님 지시 따르기 등 절도있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리광이 지나치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경우에도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늘어나는 입학 유예신청〓학부모 김두현(金斗鉉·35)씨는 요즘 첫딸인 나윤이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문제를 놓고 부인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올해 취학 대상은 95년 3월1일부터 96년 2월 말 사이에 태어난 아동. 나윤이는 96년 1월생이라 취학 적령이지만 학교에 가서 친구들보다 나이가 한살 적어 놀림이나 받지 않을까 걱정돼 입학 유예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는 맞벌이인데 나윤이가 전업주부 엄마를 둔 주변의 다른 아이들보다 읽기와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취학 적령인데도 아이가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부족해 입학을 1년 늦추는 ‘입학유예 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98년 3178명, 99년 3633명, 2000년 3897명, 2001년에는 4632명으로 집계됐다.
입학유예 신청을 하려면 의사의 진단서 등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취학 예정 학교의 학교장에게 제출해야 된다.
▽줄어드는 조기 취학〓자녀를 1년 먼저 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는 예비소집 이후 집 근처 학교에 문의하면 된다. 학교별로 수용 인원을 따져서 조기 취학 여부를 결정하므로 반드시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기 입학을 한 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 욕심낼 필요는 없다.
만 5세 어린이의 조기 취학은 1996년 이후 해마다 늘어나다가 2000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2000년 전국에서 8678명이 조기 입학했다가 638명(7.6%)이 포기했다.
김솔양(6)도 지난해 취학 적령이었던 연년생 오빠와 함께 조기 입학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올해 다시 학교에 간다. 솔이는 어학에 소질이 있고 뭐든지 빨리 배운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 1년 먼저 취학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친구들에 비해 몸집이 작아 학교에서 놀림받는 일이 잦아지자 부모는 중도에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좋아 한살 차이라도 신체 발육 정도가 다르고 학습 능력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머리’만 믿고 조기 입학했다가는 후회할 수도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취학능력 판단 체크리스트
(□에 체크해 보세요)
인지능력
□자기집 주소 전화번호를 정확히 말할 수 있다.
□어른 도움없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5∼10개의 단어를 받아 쓸 수 있다.
□네모 칸에 글씨를 써 넣을 수 있다.
□간단한 덧셈을 할 수 있다.
생활능력
□숟가락 젓가락을 쓸 수 있다.
□전화를 걸 수 있다.
□신호등을 보고 혼자 건널 수 있다.
□운동화 끈을 혼자 맬수 있다.
□자동차 안전띠를 혼자 맬 수 있다.
□무슨 요일인지 말할 수 있다.
대인관계 능력
□간단한 게임 규칙을 지킬 수 있다.
□자기 실수를 사과할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인사하고 자기를 소개할 수 있다.
대근육능력
□한발로 껑충 뛰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4m 떨어진 거리에서 공을 받을 수 있다.
미세근육
□세모를 그리거나 복잡한 모양의 선을 가위로 오릴 수 있다.
□열쇠로 문을 열 수 있다.
□공책을 찢지 않고 지우개로 낙서를 지울 수 있다.
※위 문항 중 3분의 2 이상(12개) 가능하면 취학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