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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이형택씨 행적

입력 | 2002-01-23 22:56: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해 해군과 국가정보원에 사업 지원 요청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중인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이형택씨가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주가조작 및 정관계 로비에서도 ‘몸통’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군 및 국정원에 대한 로비〓이형택씨는 직접 해군에 보물 발굴에 필요한 장비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앞서 2000년 초에는 국정원에 사업 타당성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은 실제로 이 요청을 받아들여 해저 탐사를 벌였고 그 실무 부서와 책임자는 경제단과 김형윤(金亨允) 당시 경제단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단장은 이용호씨의 고교 선배로 이씨가 지난해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까지도 함께 골프를 치러 다니는 등 긴밀한 사이였다.

특검팀은 또 김 전 단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이 김 전 단장의 보물 발굴사업 개입을 방조 또는 지시했거나 김 전 차장 본인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상당기간 발굴사업 이익 지분을 갖고 있던 이형택씨가 김 전 단장 혹은 김 전 차장과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면서 이용호씨의 각종 사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그 대가를 챙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이형택씨가 대통령의 인척이라는 신분을 이용, 국가 주요 기관을 사적인 일에 이용한 행적이 확인됨에 따라 정권의 도덕성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금융감독원 해양수산청 등에 대한 로비 의혹〓특검팀은 보물 발굴사업자 오세천씨가 목포 해양수산청에서 발굴사업 승인을 받지 못하다가 이형택씨가 사업이익 지분 15%를 보장받은 뒤인 2000년 11월30일 사업승인이 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삼애인더스가 보물 발굴사업을 통해 20조원대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발표한 뒤 해양수산청에는 예상 수익을 수십억원대로 축소 신고했는데도 관계기관에서 아무 제재를 받지 않은 이유도 특검팀이 밝혀야 할 의혹이다.

또 이형택씨가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도 의문점이다.

이형택씨는 드러나지 않게 사업에 참여했고 이용호씨는 이 사업을 호재로 삼아 256억원의 주식 시세차익을 챙겼다.

따라서 특검팀은 이용호씨의 실질적 동업자였던 이형택씨가 삼애인더스 주가조작과 관련, 금융감독원 등에 조사 무마 등의 압력을 행사한 뒤 그 대가로 주식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압력 의혹〓이형택씨가 2000년 6월 만기가 돌아온 신화건설의 220억원 규모 회사채를 재인수하도록 산업은행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특검팀이 풀어야 할 과제다. 또 이 과정에서 한빛은행이 신화건설에 회사채 보증을 서준 부분도 마찬가지.

당시 신화건설의 자금 상태는 한빛은행이 회사채 보증을 서준 바로 한달 뒤에 부도처리될 정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