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프리아티(왼쪽)와 힝기스가 결승행이 확정된 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로 벌어지고 있는 올 호주오픈에서 호주 출신 선수는 단 1명도 남녀단식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명색이 안방에서 열리는 잔치에서 자국 선수들이 죽을 쑨 탓에 호주 팬들은 낙담했다. 하지만 그런 호주 관중의 쓰린 속을 달래준 10대 요정이 있었다. 벨기에의 킴 클리스터스(19)가 바로 그 주인공.
4번 시드의 클리스터스는 호주 남자 테니스 영웅 레이튼 휴위트의 애인. ‘캥거루 킴’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호주에 입양된 딸’로 불리며 홈 관중의 사랑을 듬뿍 받은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4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지난해 챔피언인 톱시드의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에게 1시간37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1-2(5-7, 6-3, 1-6)로 패해 호주 관중을 아쉽게 했다.
이로써 클리스터스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캐프리아티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지 못한 채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3번 시드의 마르티나 힝기스(22·스위스)는 8번 시드 모니카 셀레스(29·미국)에게 1시간40분 만에 2-1(4-6, 6-1, 6-4)로 역전승, 6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힝기스는 셀레스의 파워에 밀려 첫 세트를 내줬으나 스피드와 안정된 경기운영을 앞세워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위닝샷에서는 20-36개로 오히려 열세였으나 셀레스보다 28개나 적은 12개의 에러에 그쳤던 게 승인.
97년 호주오픈에서 16세 3개월의 역대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던 힝기스는 99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2000년과 지난해에는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2년 연속 결승에서 맞붙게 된 이들은 저마다 우승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캐프리아티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맛보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까닭에 기필코 타이틀을 방어하겠다는 각오. 힝기스는 99년 호주오픈 우승 3년 메이저 무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