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화계에서 ‘진정한 승부사’를 발견했어. 꼭 80년대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을 보는 것 같더라구.”
‘호텔 코코넛 힐’로 7년만에 연출을 맡은 이규형 감독(44)은 얼마전 사석에서 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승부사’는 누구일까? 이 감독 자신도 난다긴다하는 퀴즈의 달인들을 일거에 잠재운 장학퀴즈 기장원 출신의 ‘퀴즈왕’인데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히트시킨 뒤 일본 대중문화를 섭렵한 ‘대중문화의 승부사’가 아니던가.정답은 지난해 ‘친구’를 투자, 배급한 ‘코리아 픽처스’의 김동주대표(37).
여기서 말하는 승부사는 물론 IQ와는 거리가 있다. 영화판에서 작품을 보는 동물적인 감각과 마케팅 능력이다.
지난해 배급 판도를 보면 이 감독의 말이 과장이 아니란 것이 입증된다. ‘코리아…’의 첫 배급 영화인 ‘친구’는 전국 810만명, ‘조폭 마누라’는 525만명의 대박으로 이어졌다.
서울 관객을 기준으로 할 때 ‘코리아…’는 모두 7편을 배급해 436만명을 기록, 시장점유율 13.2%로 3위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에서는 시네마서비스(26편)가 22.6%로 1위, CJ엔터테인먼트(22편)가 14.7%로 2위였다. 수치에서는 두 배급사가 2강 구도를 유지했지만 작품 수를 보면 ‘코리아…’의 무서운 상승세가 입증된다. ‘달마야 놀자’ ‘메멘토’ 등 4편만을 배급한 ‘시네월드’도 6%로 7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브에나비스타 코리아’ 등 직배사들은 한국 영화의 인기에 밀려 4위 이하로 밀려났다. 직배사 1위는 321만명으로 9.1%를 기록한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였다.
이 감독의 마지막 말이 흥미롭다.
“이제 관객 수 맞추기 내기를 하려면 김대표에게 먼저 물어보고 하라구.”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