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심지어 국가 핵심 기간산업의 개발 계획까지 바꿔 준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의 조진욱(趙鎭旭) 독일 바스프 지사장은 중국의 외국자본 유치 정책에 혀를 내두르는 표정이다. 그가 털어 놓는 경험담이다. 중국 서부대개발 사업에 서기동수(西氣東輸)라는 핵심 프로젝트가 있다. 신장(新疆) 지역의 천연가스를 동부연안 지역으로 옮기기 위해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상하이(上海)까지 수천 ㎞의 파이프라인을 까는 것. 바스프 측은 이중 난징을 지나는 가스관이 양쯔(揚子)강 북쪽에 건설되도록 돼 있어 강 남쪽으로 옮겨줄 수 없느냐고 난징 시 당국에 요청했다. 29억달러를 투자하는 바스프 제2 공장을 강 남쪽에 지을 예정이기 때문.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며칠 후 중앙 정부와 협의가 잘 돼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고 시 당국이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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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임성담(林成談) LG화학 법인장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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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보시와 구청 관계자들과 함께 제2 공장 부지를 둘러보면서 땅 값을 절반으로 내려달라고 구청 관계자에 요청했다. 구청 관계자가 난색을 표시하자 같이 갔던 닝보 부시장이 즉석에서 ‘LG화학은 우리 시의 대표적인 외자유치 성공 기업이다. 부지 값의 반을 시에서 부담할테니 계획대로 증축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 그대로 됐다.”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 잠재력 외에도 외국 자본들이 중국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각 지방 정부는 반듯하게 닦아 놓은 공장 부지와 전기 수도 가스 등 사회간접자본 등을 갖춘 ‘개발구’들을 차려놓고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중국의 외자 유치 움직임도 적극적이지만 외국기업들의 중국 진출 열기도 뜨겁기 그지 없다. 중국 주요 도시가 외국 기업들의 광고 간판들로 홍수를 이룬 것은 이미 오래 됐다. 상하이(上海) 와이탄(外灘)을 중심으로 한 황푸(黃浦)강 일대는 네슬레 캐논 맥스웰 LG전자 삼성전자 등 온통 외국기업들의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베이징(北京)의 ‘명동’인 왕푸징(王府井)도 마찬가지.
전 세계가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마지막 남은 거대 시장’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개방 확대, 2008년 올림픽 개최에 따른 올림픽 특수, 서부대개발 사업에 따른 막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연 7, 8%의 고도 성장,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가전 디지털 통신 분야에서의 고급 제품 선호 추세 등은 외국 기업을 한없이 빨아들이는 요인들이다.
외국계 투자기업은 이미 중국 경제성장의 주요 ‘성장엔진’으로 변했다. 2000년 중국 전체 무역액에서 외국계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8.7% 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외국기업의 투자는 컴퓨터 통신 전자 화학 자동차 의약 등 첨단 및 자본집약 산업에 집중돼 중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외국계 투자기업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액은 2000년 298억 달러로 전체 첨단기술 제품 수출액의 81%를 차지했다. 96년 130억 달러로 59% 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22%P나 늘어난 것.
2001년 유엔 세계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말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기업은 37만 6300여개. 한국이 2001년 겨우 1만개를 넘어선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경제 격주간 포천지가 선정하는 500대 다국적 기업중 약 400개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진출 없이는 ‘글로벌 전략’을 짤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신고기준)은 96년 732억달러에서 99년 412억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해 상반기에만 334억달러에 이르렀다. 영국 조사기관 EIU는 중국이 향후 5년간 세계 전체 직접투자액의 6.49%인 매년 576억달러의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개발회의(UNCTAD)도 지난해 전세계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전년에 비해 41.5% 줄었으나 중국은 468억달러로 14.1% 늘었다고 21일 발표했다.
“중국만큼 외자 유치의 주체와 투자를 원하는 업체간의 열의가 일치하는 곳도 드물다. 그야말로 윈-윈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5대 증권사인 화위(華夏)증권 난징 지점의 뤼린(呂林) 부지점장의 말이다.
황유성기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