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유난히 교육열이 강한 탓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늘어 부모들의 개인적인 정보력과 노력이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사교육 열풍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번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출판가에는 자녀교육을 화두로 삼은 교육 지침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육에 정도(正道)는 있을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자식교육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귀 기울여 들을만 하다.
최근 나온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여서 우리 현실에 딱 맞아 떨어지는 책들이 없다는 게 흠. 이런 점에서 평범한 아버지 한두현씨가 쓴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쳐 세상에 내보낼 것인가’ ‘자식을 부모의 팬으로 만들어라’(나남출판) 2권과 이태호씨의‘아들아, 아빠가 정말 잘못했구나’(명상)에 우선 눈길이 간다.
한씨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후 35년간 섬유산업계에 종사해 온 생활인. 그는 ‘기왕에 상식이란 것이 자라나는 세대들에겐 더 이상 상식이 되지 않은 시대에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른들 자신이 먼저 배우고 깨달아 모범을 보이는 것만큼 자녀교육의 왕도는 없다’며 자신의 체험담과 부모들에게 주는 조언을 엮어 책을 펴냈다. 네 자녀를 모두 키워 결혼시킨 한씨는 “노력한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결과는 공부밖에 없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설득시킨다든지, 한집안의 종교를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든지, 채널 선택권은 항상 가장이 쥐어라” 등 이 시대 고개숙인 아버지의 권위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아들아….’(명상)는 스물다섯살에 국회 공무원으로 첫 직장을 잡은 뒤 20여년간 정치현장에서 일해 온 저자 이태호씨가 쉰이 넘은 나이에 얻은 늦둥이 아들 도현이(초등학교 2학년)가 세 살에서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나눈 대화들을 기록했다. 책에는 아빠가 아이와의 대화에서 오히려 말문이 막히고 때로 나무라는 내용이 많다. 집에서 쓸데없이 힘만 세고 엄마에게 다정하지 않으며 할머니에게도 문안인사도 안한다고 아빠를 꾸짖는 아이. 그러면서 아빠는 ‘우리 어른들은 아이의 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이들에게도 제 나름대로의 세계와 우주가 있었다’고 깨닫는다.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워라’(프리미엄북스)는 미국의 인기 부모교육 강사인 제인넬슨과 쉐릴 어윈이 쓴 책. 저자들은 요즘 부모들이 ‘번데기 껍질을 벗고 나오려는 나비모습이 안쓰러워 나비 껍질을 잘라 주는 어린 소년 같다’고 꼬집는다. 결국 나비는 힘을 잃어 죽는데도 말이다. 즉 시련이나 어려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데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그저 고통에서 빼내는 데에만 급급해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모의 죄의식’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 급격한 이혼율 증가와 가족구조의 변화로 생겨난 편부모의 죄의식, 재혼에 대한 죄의식과 맞벌이 부모의 죄의식,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죄의식 등이 ‘그래, 잘해 주지도 못했는데 이 정도도 들어주지 않으면 난 정말 나쁜 부모가 될지도 몰라’라는 식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떠나는 10단계 여행’(한울림)은 40년 동안 미국의 공사립 학교와 도시 시골 학교를 두루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쳐 온 레이텀블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좋은부모 되기 프로그램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부모의 유형을 ①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해주는 부모 ②아이에게 거의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부모 ③쓸데없이 많은 것을 해주다가 꼭 필요할 때는 거의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부모 등으로 나눈 뒤 부모역할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일러준다.
자식 키우는 일을 어찌 몇권의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리오마는 최근 나온 자녀교육서의 대부분은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부터 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책이름
출판사
저자
자식을 부모의 팬으로 만들어라,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쳐 세상에 내보낼 것인가.나남출판
한두현
아들아,아빠가 정말 잘못했구나
명상
이태호
넘치게 사랑하고 부족하게 키워라
프리미엄북스
제인 넬스 외
정말 잘키우고 싶다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라
명진출판
레이 리비 외
좋은 부모가 되기위해 떠나는 10단계여행
한울림
레이 턴불
아이는 완벽한 부모보다 지혜로운 부모를 원한다
삼진기획
타고 아키라
잔소리안하고 아이 길들이는 엄마의 마법
아름드리 미디어
토마스 W 펠란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청미래
제프리 노먼
자녀의 행복한 인생을 약속하는 부모의 지혜
아침나라
웨인 W 다이어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
나무와 숲
보니 앤젤로
이런 부모가 자식을 정신병자로 만든다
박영률출판사
김정일
가슴이 따뜻한 천재로 키워라
북뱅크
시치다 마코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