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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담배, 이렇게 하면 끊을 수 있다"

입력 | 2002-01-25 18:05:00


스톱 스모킹(Stop Smoking)/알렌 카 지음 심교준 옮김/328쪽 9800원 한언

미국 암학회 금연 21일 프로그램/디 버튼지음 고경봉 옮김/231쪽 9800원 한언

“선생님, 꼭 담배를 끊어야만 하나요?”

(쯧쯧….) 수많은 환자들이 던지는 질문 가운데 가장 나를 난처하게 하는 말이다. 나는 의사로서 “끊으시면…, 좋지요”하면서도 언제나 말꼬리가 흐려진다. 왜? 내가 흡연자이기 때문에.

헤비 스모커(heavy smoker)는 아니지만 나는 20년 이상 줄곧 담배를 피워 왔다. 수련의 시절, 해부학 실습을 마치고 호기심에 피워 문 담배 한 개비가 오늘 이 순간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동안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고, 한달 정도 금연에 성공하기도 했었다.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투병기와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의 폐암 사망 이야기로 올해 금연 바람은 가히 허리케인급이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에서 아무리 ‘공갈협박형(?)’ 금연 관련 보도를 퍼부어대도 나에게는 사실 그리 큰 충격과 공감을 주지는 못했다. 언제는 안 그랬나?

그래서 이 두권의 책을 처음 펼쳤을 때만 해도 시류에 편승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지 했다. 하지만 책을 한두 장 넘기면서 나는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히려 ‘끊으려고 몸부림치지 말라,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담배를 끊지 말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완전히 나를 꺾어 버렸다.

은근한 안도감을 주면서, 자존심을 꺾지 않으면서 이 책은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담배에 대한 온갖 핑계와, 연민, 사랑을 서서히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 저자는 철저히 무의식 속을 파고 들어 최면술사처럼 우리의 마음을 담배로부터 떨어져 나가도록 ‘요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마음 속의 오랜 연인, ‘담배’와 결별하게 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됐다. (이렇게 공언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다.)

‘스톱 스모킹’(STOP! SMOKING)이 심리치료적 요법으로 담배를 끊게 해 주는 책이라면, ‘미국 암학회, 금연 21일 프로그램’은 보다 실용적이고 방법론적인 책이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금연을 시도했다가 대부분 3주 이내에 실패한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3주, 즉 21일만 버티면 영구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75%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흡연의 세 가지 올가미를 ‘습관, 육체적 중독, 심리적 의존’으로 규정하면서, 그것이 금연 기간 동안 각기 다른 형태로 흡연자들을 괴롭힌다고 말한다.

따라서 금연 후 사흘, 일주일, 이주일 째의 금단증상이 각기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그때그때의 증상과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1일 동안 하루하루 이 책을 지참하고 다니며 읽고 그대로 실행하도록 되어 있어, 금연의 모진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의지가 될 것이다. 금연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단체에서 나온 것이고, 십 수년 동안 수많은 임상실험에서도 입증된 것이니 만큼 신뢰할 만하다.

어쨌든 이제는 환자들에게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담배, 이젠 끊으시지요!”

이종수(경희대의료원 한방 재활의학과 교수) jsleeom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