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25일(한국시간) “북한은 예측하기 힘들며 올해에는 정치적으로 많은 이슈가 있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워싱턴에서 마이클 아머코스트 브루킹스연구소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하고 “올해 말부터 내년 사이에 북한은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받을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북한의 결정 여부가 향후 남북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백악관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40여분간 만나 △9·11 테러사태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남북문제와 관련한 한미간 공조 강화 △주한미군의 필요성 △한미 양국의 경제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총재는 주로 미국의 외교 방향과 9·11테러사태 이후 국제질서 변화에 관심을 보인 반면, 체니 부통령은 남북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이 총재가 대북 ‘전략적 포용’ 원칙을 설명하자 체니 부통령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등을 만났다. 파월 국무장관과의 10분간 면담에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다음달 방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파월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남한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간의 워싱턴 공식 일정이 끝나자 남 대변인은 “이 총재는 워싱턴에서 미 행정부와 의회의 중요인사들을 거의 다 만났다”며 “상당히 뜻깊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총재 일행은 26일 뉴욕으로 출발, 세계무역센터 테러현장 등을 둘러본 뒤 28일 귀국한다.
한편 오홍근(吳弘根)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 총재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관련 발언에 대해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정상들까지 답방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총재가 외국에 나가 반대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오 수석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제1야당 총재가 미국에서 연일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국민은 야당이라 하더라도 경제와 남북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오 수석은 이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인 97년 4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대한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등 초당외교를 펼쳤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