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2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결시켜주었다고 시인함에 따라 여권 핵심의 보물 발굴사업 개입 의혹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형택씨의 보물 발굴사업 지원 청탁은 99년 12월부터 집요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씨는 오승렬(吳承烈) 해군 정보작전참모부장에게서 보물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은 뒤에도 엄 전 차장을 통해 이수용(李秀勇) 해군참모총장에게 보물사업 협조를 부탁하고 직접 이 총장을 만났다. 목포해양경찰서 특수기동대원들이 보물 발굴작업에 직접 동원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수석이 이형택씨를 국정원 고위 관계자와 연결시켜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직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특수 신분’인 이씨가 국가 기관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한 배후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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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씨가 누구에게 먼저 사업 지원을 청탁했는지 확인되지 않아 국정원 최고위 인사를 동원하고 해군 수뇌부에 수차례 청탁한 사실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특검팀은 이씨가 사업 초기부터 직접 나서서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씨가 대통령 인척이지만 혼자힘으로는 국가 핵심기관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었다.
특검팀은 우선 의혹 해소 차원에서 이 수석 이외의 여권 핵심이 이 사건에 관련됐는지를 밝혀나갈 방침이다.
그래야만 이씨의 보물 발굴사업과 발굴사업자인 이용호(李容湖)씨의 삼애인더스 주가조작,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등을 총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씨에 대한 형사처벌과 소환 시기에 대해 특검팀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씨가 2000년 1월 해군에 보물 발굴장비 및 인력 지원을 요청한 사실과 2000년 11월 발굴 수익을 나눠 갖기로 한 약정 사이의 대가 관계가 아직 뚜렷하지 않아 아직은 이씨를 소환 조사하는 것이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금품수수를 약속한 보물 발굴사업 계약과 실제로 지원을 요청한 행위의 선후 관계가 뒤바뀌어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 관련자 소환과 계좌추적 등 기초 조사를 더 진행해 이씨의 적극적인 로비나 금품 수수 등이 밝혀지면 곧바로 이씨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