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 파견된 현역 장군이 해군참모총장에게 보물 발굴사업을 위한 장비와 병력 지원을 공식 요청한 배경과 거절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 1월8일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이었던 한철용(韓哲鏞·현 ○○정보부대장) 육군 소장은 “해군총장을 만나보고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겠다”는 엄익준(嚴翼駿·사망) 국정원 2차장의 전화 연락을 받고 1월10일 오후 충남 계룡대로 이수용(李秀勇·현 석유공사 사장) 당시 해군총장을 찾아갔다.
한 장군은 이 자리에서 보물 탐사를 위해 잠수함 구난함과 해난구조대(SSU) 등 병력과 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리 실무자로부터 “장비 및 병력 지원이 불가하다”는 건의를 받은 이 총장은 “해군은 지원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한 장군은 그 다음날 엄 차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국정원 국방보좌관은 국정원에 파견돼 국정원장의 국방업무를 보좌하고 국정원과 군과의 업무협조나 연락 등을 담당하는 자리.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한 장군은 민원 해소 차원에서 해군총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며 “국정원에 접수된 각종 민원을 전달하고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국정원 국방보좌관의 기본업무”라고 해명했다.
해군이 국정원의 요청을 뿌리친 까닭은 무엇보다도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르면 군 장비의 대민지원은 재난으로 인한 인명구조나 긴급복구사업, 방위산업 육성과 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경우 등 극히 제한돼 있다.
군 관계자는 또 “여러 건의 유사한 민원이 접수돼 있는데 특정사업에만 지원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