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간첩단 연루 혐의로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숨진 서울대 최종길(崔鍾吉) 교수의 사인이 “고문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외국 법의학자들의 부검 감정소견서가 공개됐다.
25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한 일본 법의학자는 “최 교수가 숨진 현장 사진을 감정한 결과 시신의 양복 윗옷 단추가 채워져 있고 건물과 평행으로 누워 있어 추락사체로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현장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법의학자는 최 교수의 부검 감정서를 검토한 결과 “시체 머리의 ‘경막하출혈’은 몸이 고정된 상태에서 전기를 통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상처로 전기고문의 흔적으로 보인다”고 감정 소견을 밝혔다.
규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일본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 법의학자들에게 당시 국내 부검의가 작성한 최 교수 부검감정서와 부검 사진 등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 그 결과를 12월 말 통보받았다. 이에 앞서 규명위원회 김형태(金炯泰) 제1상임위원은 18일 발간된 월간지 신동아 2월호에 기고한 글(본보 18일자 A29면 보도)에서 “최 교수가 심한 고문을 받았으며 숨진 뒤에 건물 밖으로 던져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