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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잡초' 캐프리아티 눈물겨운 승전보

입력 | 2002-01-27 17:36:00

극적인 역전 우승을 따낸 캐프리아티가 우승컵을 치켜들고 환호하는 관중에게 답례하고 있다.


‘잡초 인생’ 제니퍼 캐프리아티(26·미국)와 ‘마마 걸’ 마르티나 힝기스(22·스위스)의 희비는 극명했다.

캐프리아티는 26일 여자단식 결승에서 첫 세트를 먼저 내준 뒤 2세트에서도 4차례 매치포인트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지만 그 어떤 위기도 그녀를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강인한 승부 근성으로 패배의 그림자를 번번이 걷어낸 끝에 마침내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캐프리아티의 이 같은 정신력은 10대 유망주로 주목받다 오랜 방황과 시련의 세월을 이겨낸 뒤 재기에 성공하면서 소중한 경험과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

캐프리아티는 우승 소감에서 “나는 코트에서 싸웠지만 이 세상에는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며 “그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호주인 팬으로 암 투병중인 대런 바솔로뮤즈와 기쁨을 함께 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말기 암 환자인 바솔로뮤즈는 지난해 캐프리아티가 호주오픈에서 오랜 슬럼프 끝에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자포자기 상태에서 벗어나 항암 치료를 재개했고 그녀가 이런 사연을 접하게 된 것.

힝기스가 라켓을 들 힘조차 없다는 듯 라켓을 등에 올려놓은 채 괴로워하고 있다.

뚝심과 의지로 가시밭길을 헤쳐온 캐프리아티와는 달리 ‘곱게만 자란’ 힝기스는 고비에서 나약하기만 했다. 특히 전날 복식 결승을 치르느라 체력이 떨어진 데다 고온 탓에 탈수 증세까지 보여 급격하게 무너졌다. 힝기스는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뒤 어머니 멜라니 몰리터와 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힘들다”며 코트를 떠난 힝기스는 몸보다도 마음이 더욱 지친 듯 보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