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이씨가 주도한 보물 발굴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이번 주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26일 “특검에서 조사를 하겠다면 얼마든지 가서 사실대로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형택씨에게서 발굴사업 지원 요청을 받고 엄익준(嚴翼駿·사망)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전화로 문의하기는 했지만 이는 수조원어치의 보물이 발견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수석 조사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는 필요하지만 그 전에 이형택씨의 로비 의혹에 대한 충분한 기초 조사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이 수석을 불러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것보다는 이 수석의 개입 정도나 이씨와의 관계, 또 다른 배후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수석을 추궁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특검팀은 “발굴사업의 신빙성과 사업성을 알아보라”는 이 수석의 말만으로 국정원과 해군 해경 등 국가기관이 일사천리로 움직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인사’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2000년 8월 강원 철원에 있는 2만7000평의 임야를 이용호(李容湖)씨에게 시가보다 비싸게 팔아 1억여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토지거래 이후 이용호씨의 900만달러 상당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과 보물 발굴사업을 이용한 주가조작이 ‘순조롭게’ 이뤄진 과정에 이형택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또 이형택씨의 보물 발굴사업 지분 참여 과정과 국정원 해군 해경 등에 지원을 요청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기초조사를 마쳤다.
“해명이나 들으려고 이형택씨를 부르지는 않겠다”던 특검팀이 이번 주초 이형택씨를 소환하기로 결정한 것은 결국 이씨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