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에 공유된 프린터를 오(誤)작동시키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최근 발견됐다.
26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경부터 네트워크로 공유된 여러 대의 컴퓨터 중 한 컴퓨터와 연결시켜 함께 사용하는 프린터가 알 수 없는 문자열이 담긴 문서들을 주기적으로 출력한다는 신고가 부쩍 늘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는 1월에만 이 같은 사례가 3건 접수됐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업체인 ‘안철수연구소’에도 지난해 12월부터 10여건이 접수됐다.
조사 결과 이런 증상은 최근 유행하는 ‘웜바이러스’의 일종인 ‘곱(Gop)바이러스(W32.HLLW.Gop@mm)’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e메일을 통해 곱바이러스가 컴퓨터 중 하나에 침투해 네트워크를 타고 다른 컴퓨터로 퍼져 공유된 프린터의 스풀(출력될 파일 정보들을 일시 저장하는 곳)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프린터는 이를 인쇄 정보로 파악해 주기적으로 출력한다는 것.
컴퓨터 바이러스가 컴퓨터에 공유된 프린터의 오작동을 유도하는 현상은 유례가 없었던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바이러스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다른 기기를 공격하는 일종의 ‘바이러스 부작용(side effect)’으로 보인다”며 “곱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신종 바이러스들도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지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안철수연구소의 정진성(鄭秦聖) 연구원은 “네트워크로 공유된 컴퓨터들에 백신프로그램을 돌려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면 프린터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며 “프린터를 공유할 때 암호를 설정하는 것도 바이러스를 막는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