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재정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회원 수는 늘었지만 회비 납부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건전한 재정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변신 노력을 펼치고 있다.
▽회원 확보 백태〓한국여성운동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8개 도시에서 패티김이 출연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콘서트는 후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회원 늘리기와 홍보를 위해 기획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올해부터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에게 국립공원과 동·식물원 무료 입장권을 줄 예정이다. 특히 환경과 관련된 공연이나 전시회에 대해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회원 체육대회도 대규모로 개최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이 회원 늘리기에 본격 나서면서 회원 모집에 가수의 순회 콘서트가 이용되기도 하고 신용카드회사와 연계된 ‘놀이공원 입장권 할인’ 방법까지 등장했다.
녹색연합은 올해부터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회원 관리를 시작했다. 텔레마케터는 인터넷을 통해 회원들에게 자료를 보내고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단체의 활동 상황을 알려주며 회비 납부도 유도한다. 녹색연합은 회원 관리 직원이 3년 전까지만 해도 2명이었지만 지금은 6명이나 된다.
이 밖에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사무실 입구에 현재 회원수 및 당일 확보 회원수를 붙여놓고 있다. 350여명인 회원을 올해 1000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직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
오관영(吳寬英) 사무국장은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에게만 온라인 총회 참가 자격을 주고 있으며 조만간 포털 사이트와 연계, 온라인상에서 사업을 홍보하고 배너광고로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운동연합도 180명인 회원을 1000명으로 늘리기 위해 라디오 광고 등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는 피부병, 먹을거리 등 일상생활 속의 환경문제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빈약한 재정〓지난해 11월 경실련은 사무실 이전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98년 초 무상 입주했던 서울 중구 정동 정동빌딩 별관 5층 사무실을 건물주가 비워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경실련은 상근간사들이 월급을 반납하고 ‘100만원 평생회원’을 모집해 중구 신문로에 겨우 사무실을 마련했다.
회원수 1만5000여명의 메이저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사무실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국내 시민단체의 재정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민단체의 재정은 회비와 후원금, 수익사업, 기업 협찬금, 정부 지원금 등으로 구성된다. 바람직한 모습은 회비가 예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
국내 시민단체 중 회비에 의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단체는 참여연대(회원수 1만4500여명)로 지난해 약 77%였다. 그러나 몇몇 주요 단체를 제외하면 회비의 재정자립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편 1999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른 정부 지원금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기능의 견제 및 감시가 주 임무인 시민단체가 정부 돈을 받으면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는 지난해 예산의 60%가량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프로젝트로 충당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