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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허갑범/모든 의-치大에 의학전문대학원을

입력 | 2002-01-28 18:16:00


우리나라에는 환자를 잘 보는 임상의사는 있어도 훌륭한 의과학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우리 의학계도 선진국의 의학과 의술을 수입하고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명공학에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의 의학 교육제도로는 우수한 의과학자를 길러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들어오면 2년의 의예과 과정과 4년의 학부과정을 거치고 또다시 4, 5년의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 이 과정에서 스파르타식 교육과 단선적이고 폐쇄적인 교과과정은 사회는 모르고 자기만 아는 의사,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권위만 앞세우는 의사, 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올라 안일한 삶을 추구하려는 의사들만 양산할 뿐이다.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돈을 잘 번다고 소문난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에 지원자가 폭주하고 그렇지 못한 기초의학 분야와 외과 진단방사선과 임상병리과 마취과 등은 정원미달 사태를 빚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이런 상태로는 우리 의학을 발전시켜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희망이 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 의학교육의 현주소다.

이번에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의학전문대학원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인문 사회 및 이공분야 등 다양한 기초학문을 수료한 사람에게 의학을 접목시켜 환자가 갖고 있는 신체적 문제만이 아니라 환자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임상의사로 길러내고, 아울러 다른 기초과학 지식에 의학을 더해 신약이나 인공장기 개발, 유전자치료 등을 연구하는 의과학자를 길러내자는 것이 바로 이 제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되면 다양한 기초학문과의 접목을 통해 우수한 병원경영인, 법의학자, 전문언론인 등 다양한 의료분야에서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는 2003년부터 국내 41개 의과대학과 11개 치과대학이 자율적으로 도입하게 되어 있고, 정부에서는 우수한 의과학자의 양성을 위해 장학제도 및 병역특례 등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의 모든 의과대학들과 치과대학들은 의학교육 개혁의 차원에서 이 제도의 도입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허갑범 연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