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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강제규 감독"속편 체질상 싫어 '쉬리2' 안 맡을것"

입력 | 2002-01-28 18:16:00


1999년 ‘쉬리’로 한국 영화의 ‘블록버스터’ 시대를 연 강제규 감독(39). 그의 행보는 영화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쉬리 2’는 도대체 언제 나오나?”

그는 ‘쉬리’가 끝나자마자 집요하게 쏟아지는 이 질문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대답은 언제나 “글쎄”였다.

▼전인수 감독에 연출 맡겨▼

“‘쉬리 2’는 전편보다 스케일이 더 큰 국제 첩보전이 될 겁니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인데 내년 설날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석규씨죠.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 출연작을 결정하는 배우가 아니어서 한씨가 출연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두 종류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 감독은 ‘쉬리 2’의 연출은 “내 몫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쉬리’의 조감독 출신으로 ‘베사메무쵸’의 전인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대개 영화 감독들은 탐닉하는 특정 테마가 있지만 난 그게 싫습니다. 생리적으로 속편을 만들거나 비슷한 작품을 반복하는 게 내키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쉬리 2’의 감독이 될 수 없는 이유라면 이유죠.”

그는 영화의 완성도와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드문 감독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3년간 연출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단적비연수’(박제현 감독)와 ‘베사베무쵸’가 ‘강제규 필름’의 이름으로 제작됐지만 흥행에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신 강 감독은 극장과 매니지먼트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강 사장’이 됐다. 최근에는 영화사 ‘에그필름’과 투자사 ‘KTB엔터테인먼트’ ‘삼성벤처투자’와 함께 공동 배급사 ‘A라인’을 설립했다.

‘쉬리’가 한국 영화계를 뒤흔든지 3년째. 하지만 그에게 큰 성공을 안겨준 ‘쉬리’의 후광은 여전하다.

기자와 전화 인터뷰한 24일 그는 뉴욕에서 ‘쉬리’의 미국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다. ‘쉬리’는 지난해 9·11 테러의 여파로 개봉이 2월 8일로 늦춰져 뉴욕, 로스엔젤레스 등 6개 도시 8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그는 “스크린 수는 적지만 메이저 배급사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공동 배급을 맡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강제규 필름’의 몫이 65%여서 계약 조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복귀를 위해 3편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과 SF영화 등 3편이다.

▼"사업관여는 영화기초작업"▼

전쟁 영화는 예상 제작비가 1500만달러(약190억원) 수준, SF 영화는 국제적인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사와 극장, 매니지먼트, 배급사까지 관여하게 된 것은 영화를 제대로 하기 위한 기초작업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명함은 ‘영화감독 강제규’입니다.”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